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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탄소 책임 0.1% 몽골, 기후변화 타격은 제일 셌다

입력
2024.09.13 11: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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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몽골, 실은 기후위기 최전방]
세계 평균보다 기온 2배 오르고, 77% 사막화
대표적 석탄 수출국이지만 점점 탈석탄 압박
"재생에너지 전환하려면 국제사회 관심 필요"

편집자주

요즘 뜨는 관광지 몽골. '윈도우 배경화면' 마냥 가축이 뛰노는 푸른 평원 먼저 떠오르지만, 실상은 국토 77%가 사막화 영향을 받는 '기후위기 최전방'입니다. 지난 80여 년간 기온이 2.49도 올라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르게 뜨거워졌죠. 땅이 말라붙어 갈수록 잦아지는 모래폭풍은 한국의 황사, 미세먼지로도 이어집니다. 한국보다 먼저 기후재앙이 닥친 몽골을 찾아 '나무 심기' 등 대응 방법을 들어봤습니다.

몽골에서는 넓고 푸른 평원에서 양, 염소, 소 등 가축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풍광과 달리 몽골 전역 곳곳은 사막화 영향권에 놓인 상황이다. 기상 변화로 인해 수목이 말라 죽고 건조한 나대지가 늘어나는 현상을 사막화라고 한다. 최나실 기자

몽골에서는 넓고 푸른 평원에서 양, 염소, 소 등 가축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풍광과 달리 몽골 전역 곳곳은 사막화 영향권에 놓인 상황이다. 기상 변화로 인해 수목이 말라 죽고 건조한 나대지가 늘어나는 현상을 사막화라고 한다. 최나실 기자

최근 한국 예능과 드라마에 부쩍 자주 등장하며 인기 관광지로 뜨고 있는 몽골. '윈도우 배경화면' 같은 푸른 초원으로 유명하지만, 실상은 지난 80여 년간 기온이 2.49도 올라 세계 평균보다 2배 빨리 뜨거워졌고 국토 76.9%(2020년·몽골 자연환경관광부)는 사막화 영향에 놓인 기후위기 최전방이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몽골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입을 모아 요란해진 날씨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오 하르츠세뜨(67)는 "어릴 때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폭우나 황사도 덜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날씨는 변덕스럽고 폭염도 잦아졌다"면서 "후손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람사르 습지인 어기(Ugii) 호수 교육관 전문가인 체 에르뗀토야는 "올겨울 기온은 영하 38도까지 떨어지고, 7월 초에는 일주일 넘게 비가 안 오고 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며 "여름에 눈이 오거나 전에 드물던 폭우가 잦아지는 등 기후변화를 체감한다"고 우려했다.

배출 규모는 작지만 석탄 의존도 높아서 문제

몽골 2020년 사막화 지도. 사막화 정도가 없음(초록색), 약함(노란색), 중간(주황색), 강함(갈색), 매우 강함(빨강색) 등으로 표시돼 있다. 사막화 정도에 따라서 매우 강함은 4.7%, 강함은 18.6%, 중간은 22.1%, 약함은 31.5%로 조사됐다. 몽골 자연환경관광부

몽골 2020년 사막화 지도. 사막화 정도가 없음(초록색), 약함(노란색), 중간(주황색), 강함(갈색), 매우 강함(빨강색) 등으로 표시돼 있다. 사막화 정도에 따라서 매우 강함은 4.7%, 강함은 18.6%, 중간은 22.1%, 약함은 31.5%로 조사됐다. 몽골 자연환경관광부

기후변화 차원에서 몽골은 역설적인 나라다. 국가 차원의 탄소 배출 책임은 미미한데 피해는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받고 있어서다. 저개발국인 몽골은 제조업 등 산업 기반이 없고 인구도 340만 명으로 적어, 2022년 전 세계 탄소 배출량(371억 톤) 중 몽골의 비중은 0.1%(3,789만 톤)에 불과했다(OWID).

그러한 동시에 몽골은 글로벌 최대 석탄 수출국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광업에 의존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겨울 평균기온은 영하 10~30도로 난방 에너지 수요가 높다 보니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세계 평균보다 2.4배 높기도 하다. 탄소중립을 위해 국제적 '탈석탄' 압박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국가 핵심 산업도 변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9년 12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도심에 스모그가 짙게 깔린 모습. 울란바토르는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 중 한 곳이다. 몽골 겨울철 기온은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데 난방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게르촌에서는 값싼 원탄(raw coal)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몽골 정부는 2019년 5월부터 원탄 사용을 금지하고 연탄 등을 사용하게끔 조치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

지난 2019년 12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도심에 스모그가 짙게 깔린 모습. 울란바토르는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 중 한 곳이다. 몽골 겨울철 기온은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데 난방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게르촌에서는 값싼 원탄(raw coal)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몽골 정부는 2019년 5월부터 원탄 사용을 금지하고 연탄 등을 사용하게끔 조치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

탈석탄과 에너지 전환은 몽골 내부 환경을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다. 몽골에서는 국토 황폐화로 2000년대부터 대규모 인원이 지방에서 수도 울란바토르로 모여드는 추세인데, 인구 과밀 탓에 상당수 빈곤층은 난방 시스템이 없는 도시 외곽 게르촌에 거주하며 무가공 원탄(raw coal)으로 겨울을 난다. 이는 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최악의 대기오염 문제로 이어진다. 가장 추운 날에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세제곱미터(㎥)당 687마이크로그램(㎍)을 기록했다. 한국 기상청 '매우 나쁨' 발령 기준인 76㎍의 9배에 달하는 것이다.

대외정책연 "한몽, 에너지 분야 협력 기회 多"

몽골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10억 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과 더불어 사막화의 주요 원인인 과방목 제한,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 여러 대책을 모색 중이다. 다만 전문 인력, 예산 확보가 발목을 잡는다. 26년간 몽골 자연환경관광부에서 일하며 산림청장 등을 지낸 체 담딩 푸른아시아 고문은 "몽골은 석탄 자원이 아주 풍부하지만 탄소 감축을 위해 석탄 사용을 줄여야 한다"면서 "몽골은 태양, 바람 같은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지만 전문 고급 인력과 기술, 예산이 부족해 국제사회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몽골 사막화 지역 중 한 곳인 아르항가이 아이막(道) 엘승 타사르해(분절된 모래) 사막 주변 초지대에 주거용 건물이 세워져 있다. 모래 지대와 초지대가 맞붙어 있지만, 사막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이 지역에서 40년 넘게 산 주민 엠 바야르바트는 "예전에는 초목이 밀도 있고 높게 자랐는데 갈수록 드문드문해지고 나무들의 종류도 많이 줄었다"고 했다. 엘승 타사르해=최나실 기자

몽골 사막화 지역 중 한 곳인 아르항가이 아이막(道) 엘승 타사르해(분절된 모래) 사막 주변 초지대에 주거용 건물이 세워져 있다. 모래 지대와 초지대가 맞붙어 있지만, 사막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이 지역에서 40년 넘게 산 주민 엠 바야르바트는 "예전에는 초목이 밀도 있고 높게 자랐는데 갈수록 드문드문해지고 나무들의 종류도 많이 줄었다"고 했다. 엘승 타사르해=최나실 기자

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 확충은 한국에도 상당한 도전 과제지만, 앞서가는 기술력 측면에서는 몽골과 에너지 분야 협력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한·몽골 협력 방안' 보고서에서 "몽골은 전력 부족 국가고 석탄 화력 발전 의존도가 90%에 달해 에너지 다각화 필요성이 높다"며 "신재생에너지 발전, 저장 장치, 발전 용량 및 효율 제고나 송배전·난방 인프라 현대화를 위한 협력 기회가 지속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울란바토르·아르항가이(몽골)=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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