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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능멸"에서 "직원 실수"로… 장관 불참에 5시간 미뤄진 대정부질문, 왜?

입력
2024.09.10 19:00
수정
2024.09.10 21: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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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질문 오후 2시→7시로 연기
외교·국방장관 불출석 공세했던 野
뒤늦게 사전 승인 확인해 체면 구겨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 대정부질문이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의 불출석 문제로 5시간이나 미뤄졌다. 야당은 "국회를 능멸했다"며 불참 장관들을 공격했지만, 외교부와 국방부는 "사전에 협의했고, 허가를 받은 사안"이라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후 사전 승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직원의 실수"라며 "안 오겠다는 의도가 불순한 것"이라는 뒤끝을 남겼다. '야당의 주무대'로 불릴 만큼 대정부질문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갈팡질팡하며 '이례적이고 황당한 해프닝'만 남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건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불출석에서 비롯됐다. 두 장관은 서울에서 진행 중인 ‘2024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 회의(REAIM 고위급 회의)’ 참석을 이유로 들었다. 김 장관은 여기에 캐나다 국방장관과 공동 주최하는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 회의와 미국·호주·독일 등 18개국의 장·차관 및 대표들의 환영 만찬을 예정하고 있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국회 무시를 넘어섰다"며 분개했다. 전날 늦은 저녁 일방적으로 국회에 불참을 통보했다며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기까지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따라 대놓고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외교부와 국방부, 국민의힘이 곧장 반박 자료를 내놓으며 상황이 반전됐다. 두 장관들이 사전에 대리참석 양해 확인서를 제출했고, 이 서류에 박 원내대표의 직인이 찍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지난달 30일, 김 장관은 취임 당일인 6일 서류를 제출했고, 민주당은 각각 3일, 9일에 서류를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단순 실무자 착오'로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본보에 "원내대표실 실무자가 처리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다 보니 실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되레 "도장을 찍은 것은 (장관들이 일정이) 끝나고 오라는 의미"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11일 대정부질문 참석이 예정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일본 출국을 겨냥해 "대통령이 지침을 내린 건 아니겠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 간 협의에 따라 대정부질문은 5시간 연기됐다.

장관들은 일정을 마치는 대로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만찬 일정을 소화한 이후 뒤늦게 국회에 나오기로 했다. 결국 늦은 저녁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의 화제성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민주당의 화살은 부메랑 격으로 민주당을 향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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