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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인지과학자 김상균 "AI가 문학의 종말 부른다? 인간 작가 역할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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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비참하고 괴로웠던 기억을 조작해 좋은 기억만 품고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조작몽 동반 안락사’. 기억의 일부를 지우거나 바꾸는 ‘트라우마 기억 재설정술’. 언어를 차근차근 배울 필요 없이 타인의 언어 능력을 이식하는 ‘브로카&베르니케 이식술’.
공상과학(SF) 소설인 ‘기억의 낙원’에 등장하는 과학기술들이다. 이 소설을 쓴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국일보와 만나 “과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만들어 냈다”면서 “불가능한 기술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과학자’의 말이라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학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인지과학, 교육공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메타버스 전문가로 활약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과학 분야 책과 소설을 쓴다. 2018년에 쓴 장편소설 ‘기억 거래소’와 ‘기억의 낙원’은 모두 뇌과학 기술을 사고파는 세계가 배경이다. 김 교수는 “공학이나 과학이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소설로 접근하고 싶었다”면서 “강연이나 논문이 아닌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다른 길을 시도해 본 것”이라고 전했다.
‘기억의 낙원’에는 김 교수의 단편소설 ‘발할라의 꿈’을 읽을 수 있는 큐알(QR)코드가 실려 있다. '기억의 낙원'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인 ‘발할라’의 시점에서 쓴 스핀오프(본편에서 파생된 작품)로, 김 교수가 아닌 현실의 AI인 챗GPT와 클로드(Claude)가 집필했다. 김 교수는 “AI가 소설 ‘기억의 낙원’을 읽고 소설을 쓰도록 했다”며 “AI가 쓴 글을 종이로 받아보는 데 정서적 거부감을 느낄 일부 독자들을 고려해 책에 싣지 않고 큐알코드라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소설 쓰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했다. 친구의 이름을 ‘기억의 낙원’ 주인공에게 붙였더니 AI가 “주인공은 30대로 짐작되는데 50대 남성의 이름을 쓰고 있다”고 지적해서 고쳤다. 또 “내 소설을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시선에서 평론하라고 AI에 지시하자 ‘묘사가 디테일한 지점이 있어서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소설뿐 아니라 칼럼 등을 쓸 때도 AI에 "이 글에 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악플(악성 댓글) 10개를 만들어달라"고 지시해 받아 본 악플을 참고해서 글을 다듬는다고 귀띔했다.
AI가 언젠가 인간을 대체하면 문학도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AI는 창작의 새로운 도구”라면서 “오히려 인간 작가의 역할을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붓질은 잘 못하지만 마우스를 다루는 사람에게 포토샵이라는 기술이 더해진 것과 같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김 교수는 “기술에는 본디 아무런 뜻도 없다”고 했다. 기술의 쓰임을 가르는 건 인간이란 얘기다. 그는 덧붙였다. “작가란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진 사람입니다. 자기 세계관을 갖고 (창작 과정에서) AI에 곁을 내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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