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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경전철 고장 날 때마다 전 구간 멈춰야 하는 까닭은?

입력
2024.09.14 08: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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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계약 때 기술적 한계
후진·선로변경 시스템 없어
고장 열차 차량기지까지 옮겨야 해
역간 거리 700m~1㎞로 짧아
철로 중간 임시대기 공간도 없어

지난 6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경전철 발곡역에서 고장 난 열차가 선로 위에 멈춰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경전철 발곡역에서 고장 난 열차가 선로 위에 멈춰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무려 7시간이나 운행이 중단됐던 의정부경전철이 추석 연휴를 앞둔 13일 또다시 멈춰 섰다. 이번엔 다행히 30여 분 만에 운행이 재개됐지만, 전 구간 운행이 중단돼 출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이처럼 의정부경전철이 고장 날 때마다 전 구간 운행을 멈춰야 하는 건 처음 시스템 도입 당시 기술적 한계로 인해 후진이 어려운 데다, 전철역 간 거리가 짧아 비상시 고장 난 열차를 중간에 옮길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13일 의정부경전철 등에 따르면, 의정부경전철이 멈춰 서면 상하행선 모두 운행이 중단되는 이유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전체 15개역(발곡~탑석), 총연장 10.588㎞로 '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은 2012년 7월 개통 때부터 자동으로 운행하는 '무인시스템'이 도입됐지만, 후진과 선로변경시스템은 없다. 의정부경전철 관계자는 "전체 설계와 시스템을 맡은 독일 지멘스사와 2006년 최초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무인시스템에 후진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정도로 상용화되지 않았다"며 "사람 없이 전동차가 후진하면 뒤 열차와 간격을 안전하게 조정할 수 있을지, 또 다른 신호 체계에 혼선을 주지는 않을지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까지 고려해야 해 안전하게 전진만 가능한 무인시스템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선로변경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선로변경시스템은 열차가 고장 나거나 사고 발생 때 선로를 조정해 반대 방향 철로로 이동시켜 종점까지 운행하도록 하거나, 후행 전동차를 고장 난 전동차의 앞으로 이동시켜 멈춘 전동차를 끌고 차량기지까지 운반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비상시 발 빠른 대처를 가능케 하는 선로변경시스템도 당시에는 무인시스템에 안정화하지 않았다는게 운영사 측 설명이다.

비용 문제도 있다. 의정부경전철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인 2013년 4월 개통한 용인경전철(총사업비 1조 원 이상, 업체 캐나다 봄바디어사)이 선로변경시스템을 갖춘 것과 달리 의정부경전철은 비교적 적은 예산(총사업비 6,700억 원)으로 사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당시 우수한 기능을 모두 갖춘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의정부경전철은 2017년 민자사업자가 파산했고, 다른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역간 거리도 700m~1㎞로 짧은 편이라, 철로 중간에 비상시 열차를 임시 대기시킬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구조적인 이유로 인해, 전동차가 고장 나면 그 전동차를 차량기지에 수리하는 공간으로 옮길 때까지 상행선과 하행선 전 구간이 멈출 수밖에 없다.

잇따른 고장에 의정부시는 2, 3개 역에 한 명꼴로 배치된 안전요원을 역마다 배치하는 방안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민자사업이다 보니 예산 문제가 있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오늘(13일) 고장의 원인은 신호체계에 의한 것인지 확인 중”이라며 “처음 설계 당시에 지금의 경전철을 도입해 구조적 문제 해결은 없고 안전요원 배치 여부를 업체 측과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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