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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 노벨평화상' 이란 여성운동가 "유엔, 여성억압 범죄 규정해달라"

입력
2024.09.14 17:36
수정
2024.09.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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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디, 이란 히잡 시위 2년 맞아 기고
"여성 권리 막힌 곳, 민주주의 작동 안 해"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오른쪽)가 지난 2007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여성 권리 회의에 참석해 또 다른 이란의 노벨평화상(2003년)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의 발언을 듣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오른쪽)가 지난 2007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여성 권리 회의에 참석해 또 다른 이란의 노벨평화상(2003년)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의 발언을 듣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의 여성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유엔에 "여성에 대한 억압을 범죄로 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모하마디는 지난해 옥중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물로, 현재 테헤란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모하마디는 14일 발행된 일본 요미우리신문 기고를 통해 "이란 정권이 히잡을 여성에 대한 억압이나 지배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유엔이 '젠더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인 젠더차별정책)'를 범죄로 규정하는 게 최우선이다"라고 호소했다. 이번 기고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 2주기를 맞아 이뤄졌다.

모하마디는 "여성 억압 정책이 인권을 빼앗고 민주주의·자유·평등·지속가능한 개발을 늦춘다"며 "여성의 권리가 막힌 곳에서는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엔의 여성 억압 범죄 규정을 위해 민주적인 선진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하마디는 이란 여권 신장과 반(反)정부 시위에 앞장선 대표적 인권운동가다. 2011년 수감된 인권 활동가를 도운 혐의로 처음 체포된 모하마디는 지금까지 13차례 당국에 붙잡혔고 도합 3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에는 히잡 의문사 사건 항의 시위를 조직,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은 13일 이란의 히잡 시위 2주년을 맞아 이란 인권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반인권 정책이 히잡 시위 이후 더욱 악화했다. 지난해에만 834명이 사형을 당했는데, 이중 히잡 시위 관련자는 9명에 달한다.

보고서는 "이란 당국은 무인기(드론) 등 각종 장비를 이용해 사적 영역에서의 감시를 강화했고, 복식 규정과 관련해 징역형 등 형량이 더욱 무거워지고, 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종교 지도자나 소수 민족 사형 선고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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