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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법 없어 무죄 받아 놓고… 형사보상 청구한 '한양대 지인 능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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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대학 선후배 등의 나체 사진 합성물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한양대 딥페이크' 사건 가해자가 범행 당시 처벌법이 없어 무죄를 선고받은 후 이에 대한 형사보상금을 청구했다. 해당 범행에 대한 처벌 규정이 포함된 법령은 사건 발생 후 3년이 지나서야 시행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권순형)는 지난달 12일 이모씨의 형사보상금 청구를 접수했다. 형사보상법에 따르면 구금 또는 형의 집행을 받은 자가 무죄 판결을 받거나 검찰의 공소가 기각될 경우 국가에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한양대 재학 중이던 이씨는 2017년 4~11월 17차례에 걸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라온 같은 학과 친구와 동아리 선∙후배 등 여성 지인들 얼굴을 다른 나체 사진에 덧붙이는 사진 제작을 주문한 혐의(음화제조교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는 음란물 편집·합성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성폭력처벌법이 개정(2020년 3월)되기 전이라 음화제조교사 혐의가 적용됐다. 이씨에겐 사진 합성 의뢰 과정에서 피해자들에 대해 악의적 발언을 한 혐의(명예훼손)와 지하철과 강의실 등에서 무작위로 여성들을 6차례 불법 촬영한 혐의도 더해졌다.
이씨의 범행은 그해 12월 그가 휴대폰을 분실하면서 발각됐다. 휴대폰 속 합성사진을 발견한 피해자가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휴대폰을 증거물로 임의제출했다. 이듬해 초 이뤄진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그가 소지하고 있던 합성사진과 불법촬영물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한양대는 2018년 3월 이씨를 퇴학시켰고, 이씨는 군에 입대했다.
1∙2심을 심리한 군사법원은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이씨의 음화제조교사 혐의에 대해 "피고인은 지인인 피해자들의 실제 얼굴 사진을 포르노 사진과 합성하는 방법으로 음화제조를 교사했다"며 "온라인이라는 특수성을 기반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피해자에게 무한대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고 질타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음화제조교사죄로는 이씨의 딥페이크 범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컴퓨터 프로그램 파일은 '음란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아 '음화제조물'로 볼 수 없다는 기존 판례가 근거였다.
대법원은 불법 촬영 혐의도 무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핵심 증거인 휴대폰이, 이씨의 자발적 의사나 압수 영장 없이 확보돼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김재호)는 명예훼손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이씨 모두 재상고하지 않아 3월 일부 무죄가 확정됐다. 법령 미비로 무죄 판단을 받은 부분에 대해 성범죄자인 이씨가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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