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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종교화합의 밀알... 경일대서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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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갈등? 우린 그런 거 없어요."
경북 경산의 경일대가 이슬람과 기독교 간 내전으로 인명 피해와 난민이 끊이지 않았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 종교화합의 밀알을 키우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손꼽히는 중아공에서 이슬람과 가톨릭, 개신교 종교지도자의 추천을 받은 청년 3명이 2년 반 동안 한 캠퍼스 안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우정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무슬림인 아마두 루파이(24)와 가톨릭신자인 제시카 헨리에타(22), 개신교도인 나콤보 야니(22)가 바로 그 주인공. 이들은 모두 2022년 5월 중아공을 떠나 경일대에 배움의 터를 잡았다. 이맘(이슬람 지도자)과 추기경, 목사의 추천을 받은 이들은 그해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데 열정을 쏟다 지난해 3월 정식으로 글로벌비즈니스 학부에 입학했다.
"졸업 후 귀국하면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중아공에 고속도로를 깔겠다"는 루파이는 이번 4학기부터 건축토목학과로 전공을 바꿔 '열공'하고 있다. 야니는 농장을 운영하면서 동물도 키우고 땅콩기름도 생산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금융인을 희망했던 헨리에타는 생각이 많아져 진로를 원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졸업하려면 아직 5학기나 남아 여유가 있다.
평일에는 전공 수업과 친구 모임을 주로 하는 이들은 주말이면 각자의 종교생활로 빠져든다. 헨리에타는 경산 하양읍의 성당을 다니고 있고, 루파이는 모스크를 찾는다. 야니는 페이스북을 통해 고국의 언어로 예배 보는 것을 선호한다.
루파이와 야니는 기숙사 방도 같이 쓴다. 자연스럽게 이슬람 경전인 쿠란과 성경도 바꿔 읽는 일상을 반복한 덕분에 상대 종교에 대한 이해도는 남다르다. 야니는 "쿠란과 루파이의 해설을 들으면서 이슬람이 참 매력 있는 종교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은 개신교를 믿지만 이슬람으로 개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국의 목사님도 이해할 것"이라는 그는 "종교 갈등은 옛날 얘기"라고 손사래를 쳤다.
세 학생은 경일대 생활 첫해 한국어를 배우느라 진땀을 흘렸다. 한국어능력시험 2급을 딴 이들은 올 연말 3급에 도전할 생각이다. 첫해 겨울은 또 다른 시련이었다. 겨울을 경험해본 적 없던 이들은 눈보라 치는 겨울만 닥치면 고국이 그립다. 그래도 이제는 갈비탕과 찜닭, 삼계탕 등 한국 음식도 없어서 못 먹을 정도가 됐다. 무슬림인 루파이는 "돼지고기는 먹지 않지만 비빔밥과 냉면, 생선요리를 잘 먹는다"며 활짝 웃었다.
이 대학 국제교육원에서 일하는 김예나(30)씨는 "경일대에 중아공 유학생은 이들 3명뿐"이라며 "학생들의 학비는 대학이 제공하고, 생활비는 서중호 경일대 재단 이사장께서 사비로 지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세 학생이 경일대에서 수학하는 것은 서 이사장의 뜻이 있어서다. 경산의 자동차부품 기업인 아진산업 대표이기도 한 서 이사장은 오랜 기간 중아공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다 포스탱 아르샹제 투아데레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됐다. 10년 전 이 나라가 종교내전으로 엄청난 인명이 희생되고 난민도 속출한 사연을 그에게 듣고 종교화합을 위한 한국 유학을 착안한 것이었다. 서 이사장은 "중아공 종교지도자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이 한국에서 우정을 키워 귀국하면 현지 종교화합의 선봉에 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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