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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생각이 많았다

입력
2024.09.25 04:30
24면

흑 박정환 9단 vs 백 최정 9단
본선 8강전
[21]

3보

3보


5도

5도


6도

6도

지난 8일 열렸던 세계 메이저 기전인 ‘제10회 응씨배 세계선수권대회’(우승상금 5억5,000만 원, 5판3선승제)에선 인상적인 결과가 나왔다. 결승전에서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이 중국의 셰커 9단을 3대 0으로 완파하고 타이틀을 거머쥔 것. 4년마다 개최, ‘바둑 올림픽’으로 각인된 응씨배에서 일본 기사의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일본기원 소속 기사가 우승한 것은 무려 19년 만이다. 2005년 장쉬 9단이 LG배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게 일본의 마지막 우승이었다. 이례적인 호외에 수많은 일본 언론이 빠르게 소식을 전했다. 한편 이치리키 료 9단은 ‘이도류’로 유명하다. 특기자 전형이 아닌 정시로 일본 명문 대학인 와세다대 사회학부에 합격, 준수한 성적으로 학사를 마쳤다. 이번 응씨배 우승으로 이치리키 료 9단은 학업과 승부는 동행할 수 없다는 불문율을 깬 ‘바둑계의 오타니’가 됐다.

좌변에서 큰 손해를 본 최정 9단은 하변에서 반전을 꾀한다. 하지만 상대는 박정환 9단. 쉽게 기회를 내어줄 리 없다. 흑7은 다소 이색적인 수. 5도 흑1, 3, 5의 수순으로 하변을 정리하는 편이 비교적 간단했다. 실전에 예상치 못한 수를 당하자 최정 9단은 고심에 빠진다. 이윽고 두어진 백8. 보기보다 커다란 악수였다. 당연히 6도 백1로 뚫었어야 할 형태. 흑2는 백3을 선수하면 백5의 차단이 성립한다. 백13까지 부분적으로 백이 크게 추격한 모습. 백의 다음 수가 당연해 보이는 장면이었지만 박정환 9단이 둔 수였기에 생각이 많아져서 실수가 나왔다. 위기를 넘기자 흑은 오히려 실전 흑13, 15로 백을 차단. 끝장을 보기 위해 강수로 일관한다. 결국 흑29까지 중앙 돌파에 성공하며 백이 궁지에 몰렸다.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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