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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내 영면" 스위스 '안락사 캡슐' 첫 사용…현지 경찰은 수사 나서

입력
2024.09.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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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계 질환 앓던 美 64세 여성
'사르코'로 "품위 있게" 목숨 끊어
안전 기준 위반에 허가 못 받아
관련자들 자살 방조 혐의 적용

지난 23일(현지시간) 저산소증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안락사 캡슐 '사르코'가 처음 사용된 스위스 샤프하우젠주(州)의 한 사유지 휴양림 사건 현장. AFP 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저산소증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안락사 캡슐 '사르코'가 처음 사용된 스위스 샤프하우젠주(州)의 한 사유지 휴양림 사건 현장. AFP 연합뉴스

저산소증을 유도해 5분 내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 캡슐 '사르코(Sarco)'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처음 사용됐다. 최초 사용자는 64세 미국인 여성이었다. 스위스 정부가 해당 기계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한 만큼 현지 경찰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 샤프하우젠주(州)의 한 사유지 휴양림 오두막집에서 미국 출신 여성이 사르코를 통해 스스로 숨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성은 최근까지 면역계 질환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이 미국 중서부 출신이라는 사실 외에는 구체적인 신상이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7월 안락사 관련 비영리단체 '더 라스트 리조트'는 사르코의 작동 원리를 소개하며, 조만간 첫 사용 사례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용자가 캡슐 안으로 들어가 스스로 버튼을 누르면 밀폐된 공간에 질소가 뿜어져 나오고, 공기 중 산소 부족으로 사망하는 방식이다. 사르코의 사용료는 20달러(약 2만7,000원)에 불과하다.

스위스의 안락사 관련 비영리단체인 '더 라스트 리조트'의 자문위원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피오나 스튜어트가 지난 7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안락사 캡슐 '사르코'를 선보이고 있다. 취리히=AFP 연합뉴스

스위스의 안락사 관련 비영리단체인 '더 라스트 리조트'의 자문위원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피오나 스튜어트가 지난 7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안락사 캡슐 '사르코'를 선보이고 있다. 취리히=AFP 연합뉴스

사건 당시 현장을 지켰던 사람은 더 라스트 리조트의 공동 대표 플로리안 윌렛이 유일했다고 한다. 더 라스트 리조트 측은 성명에서 사르코의 첫 사용자가 죽음에 이른 과정을 두고 "평화롭고, 빠르고, 품위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사르코를 발명한 호주 출신의 의사 필립 니슈케 박사는 "사르코가 설계된 대로 정확하게 작동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위스에서는 제공받은 기구나 약물 등을 사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조력 자살'이 허용된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가능하다. 다만 사르코의 경우 정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제품의 안전 기준이 현행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사르코가 사용됐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해 기계를 확보했다. 수습된 시신은 부검이 이뤄질 예정이다. 경찰은 사르코 운영에 관여한 사람들을 체포했다. 지역 검찰은 자살 유도 및 자살 방조 혐의로 관련자들에 대해 형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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