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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잇단 사망에 "누구도 개처럼 달려 일하다 죽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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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사망한 날은 기온이 최저 27도, 최고 33도에 이를 만큼 무더웠지만 작업장에는 에어컨 한 대가 없었고, 그날 프레시백 정리를 맡은 일용직 7명 중 4명은 초보였습니다. 원래 4인 1조가 한 라인이지만, 그날은 8명이 아닌 7명이 출근해 운반 담당인 남편이 2개 라인 운반을 모두 떠맡아야 했습니다. 두 사람 몫을 남편 혼자 한 것입니다."
지난달 18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시흥2캠프에서 프레시백(신선식품 배달용 보랭가방) 정리 업무를 하다가 숨진 고(故) 김명규씨의 부인 우다경씨의 말이다.
25일 서울 구로구 정의당 중앙당사에서는 '노동자 죽음 부르는 쿠팡 로켓배송의 노동실태와 고용구조를 파헤친다' 토론회가 열렸다. 우씨를 비롯해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들 유족과 정의당 비정규직노동상담창구(약칭 비상구), 쿠팡노동자의건강한노동과인권을위한대책위 등이 참석했다.
김씨와 우씨 부부는 아픈 아들의 치료비와 생계비를 마련하려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함께 쿠팡 심야 일용직을 뛰었다. 김씨 사망 당일은 일용직 근무 3일차였다. 쿠팡은 김씨 사망에 대해 "다른 회사 재직 중 휴일에 총 3회 아르바이트하신 분이 CLS 업무로 과로사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본업이 따로 있는 김씨가 '투잡'을 뛴 것이라 쿠팡 업무 때문에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김씨 사례만 봐도 '심야 노동', '일용직 중심 불안정 노동', '불충분한 냉방 시설', '높은 노동 강도' 같은 쿠팡 물류·배송 노동의 문제점이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김혜진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당일에 해당 팀은 프레시백 적재 일을 처음하는 것이라 힘들 수밖에 없었고, 김명규님은 라인 두 개 분량을 혼자 맡아 업무강도는 두 배에 달했다"며 "쿠팡 캠프에는 소수 인원이 일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쉬려고 하면 관리자들이 못 쉬게 하고, 이동식 에어컨도 없어 적재·운반 과정에서 폭염 영향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올해 쿠팡에서 일하다 죽거나 쓰러진 노동자는 김씨만이 아니다. 지난 5월 간접고용 배송기사인 퀵플렉서로 심야 로켓배송을 했던 고(故) 정슬기씨가 자택에서 숨졌고, 7월 18일 하루에만 제주에서 일용직 물류센터 노동자 심정지 사망, 심야 로켓배송 기사 뇌출혈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7월 9일 폭우 가운데 쿠팡 일일 배달 기사(카플렉스)로 일하던 40대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진 사고도 있었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올해만 쿠팡에서 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회는 지난해에 이어 홍용준 CLS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조짐이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누구도 밤새도록 개처럼 달리며 일하다 죽어서는 안 된다"며 "쿠팡이 주도한 한국형 배송 물류 시스템은 혁신 산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으나 노동 강도 강화, 억압적 노동 통제에 기반한 물류 시간 단축, 불안정 노동과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며 노동자들의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 이사장은 "야간·밤샘 노동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시급하며, 물류센터는 설계 시점부터 단순한 창고가 아닌 일터로 보고 노동자들의 작업 동선을 고려한 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처럼 뛰고 있다'는 말은 고(故) 정슬기씨가 생전 퀵플렉서로 일할 당시 빠른 배송을 재촉하는 CLS 관리자의 말에 답한 표현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씨의 부친 정금석씨는 "아들은 (로켓배송 마감 시간인) 오전 7시까지 배송을 마치기 위해 개처럼 뛰며 일했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해고돼서 더는) 일할 수 없다'는 스트레스에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고는 했다"면서 "국회는 속히 쿠팡 청문회를 열어 다시는 노동자 죽음이 발생하지 않게 조치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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