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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수상 카페·오피스 속속 들어서는데... 수상건물 부력 측정 기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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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 인근의 한 수상건물(유선장)이 한쪽이 기울어진 채 일부가 물속에 잠겨있었다. 식당, 카페 등이 들어선 이 수상건물은 21일 밤 11시 30분쯤 침수된 뒤 닷새째 영업을 못 하고 있다. 장화를 신은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호스로 물을 빼는 등 여전히 사고 수습 작업이 한창이었다. 고수부지에서 수상건물로 들어서는 계단은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됐고, 수상건물 1층 곳곳엔 의자, 책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번 사고는 수상건물을 떠 있게 하는 부력체에 강물이 유입된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날 민간 합동 조사를 벌인 서울시 관계자는 "맨홀 등이 체결이 잘 안된 정황이 발견됐고, 물이 구조물 하부의 탱크로 들어가 기울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안전검사에는 부력체를 점검하는 항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상건물 역시 석 달 전 안전검사에서 '문제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번엔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안전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고가 난 수상건물은 지상과 고정된 구조물로 선박안전법상 선박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시는 2016년도부터 '서울시 한강 부유식 수상구조물의 구조, 설비 및 검사기준에 관한 지침'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부유식 구조물의 안전도를 검사하고 있다.
문제는 부유식 수상건물은 선박과 유사한데 점검 항목은 선박에 비해 허술하다는 점이다. 시 수상구조물 안전지침에 따르면 △도면 △계류시설 △전기 △구명 △소방시설 등은 의무 검사 사항이지만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력체 점검 항목은 없다. 선박의 경우 손상을 입었을 때 일정 수준의 부력을 유지하여 침몰하지 않도록 '선박복원성기준'까지 따로 법제화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고가 발생한 수상건물은 2006년 첫 안전 검사를 받은 후 3년마다 검사를 받아왔고, 올해 6월에도 검사상 이상이 없었다.
시가 2030년까지 수상 오피스 등 다양한 부유식 시설물을 한강에 띄우기로 발표한 상황이어서 시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날 한강공원을 찾은 권모(32)씨는 "커피를 마시러 자주 이용하던 건물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해 당혹스럽다"며 "앞으로 한강 내 수중 건물 이용이 꺼려질 것 같다"고 했다. 사고 발생 지점 인근을 자주 산책한다는 이모(36)씨도 "이용객이 많은 시간대에 사고가 났으면 분명 다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수상 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 기준을 더 엄격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박건태 한국해양안전협회장은 "사고가 난 부유식 구조물은 건축법이나 선박법 등 적용 기준이 일률적이지 않아 안전 기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며 "부력도 등을 검사할 수 있는 안전 기준을 별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침수 대응 항목 등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한강 내 모든 수상 구조물 59개를 대상으로 안전도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합동 점검 후 필요시 전문가들의 조언을 고려해 부력체 안전도 검사 기준 강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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