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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메타인지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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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묘미는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 것에 있다. 한 수가 놓일 때마다 평온했다가 격렬해지기도 하고, 그와 반대된 상황이 찾아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초반전은 서로 기대와 긴장이 공존한다. 내가 유리한 국면에서는 자신감과 근심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찾아온다. 크고 작은 실수를 해서 후회에 빠지는 것 역시 부지기수. 대국 도중 내 실수를 발견한 상황에선 좌절감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이를 억제하고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매 순간 바뀌는 상황을 잘 대처하기 위해선 메타인지(인지활동에 대한 반성적이고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다. 메타인지를 어려워할수록 수읽기, 형세판단 같은 물리적 계산이 필요한 장면에서 ‘혼자만의 수읽기’나 편향된 형세판단이 펼쳐지기 쉽다. 바둑에서 인공지능(AI)으로 인해 밝혀진 흥미로운 점은 바둑은 보통 단 한 수로 인해 망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향성이 빗나간 판단이나 수읽기 과정이 궤도 이탈의 주범이다.
최정 9단의 연속 실수로 인해 큰 우세를 잡은 박정환 9단은 흑1, 3으로 최대한 변수를 지워간다. 백6, 8은 다소 억지스러우나 어쩔 수 없는 씌움. 유리한 흑은 중앙 돌파를 찾지 않고 흑9로 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한다. 이때 한발 더 늦춘 백10이 아쉬운 한수. 7도 백1, 3으로 꾹꾹 눌러 반드시 선수를 잡아야 했다. 좌하귀가 백9, 11의 수순으로 다시 생환하는 뒷맛이 있었기 때문. 실전 흑13이 놓이자 좌하귀 수를 결행하기엔 중앙 끊기는 약점이 생겨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졌다. 흑21 역시 간명한 선택. 집으로 치열한 바둑이었다면 8도 흑5의 맥점을 최대한 노렸을 것이다. 실전 흑29가 놓이자 흑의 탄력성이 풍부해 타개가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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