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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 왕의 귀환" 죽다 살아난 네타냐후… '중동 질서 재편' 노리고 광폭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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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별명) 왕이 돌아왔다."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 제거에 이어 지상전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네타냐후 총리의 행보가 '광폭' 수준이다. 반(反)미국·반이스라엘을 내건 '저항의 축' 핵심인 헤즈볼라를 완전히 무너뜨려 "지역 내 힘의 균형을 바꾸겠다"는 공언을 기어코 행동에 옮길 태세다. 나스랄라 제거에 붙인 '새로운 질서'(New Order)라는 작전명 그대로다.
하지만 뇌물 등 사법리스크, 인질 생환 실패에 따른 비판 등을 잠재울 카드로 '확전'을 선택했을 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중동 전체를 폭발 직전 화약고로 만들어 버렸다는 얘기다.
이스라엘의 나흐만 샤이 전 디아스포라(재외동포)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에 "비비를 10개월 전과 비교하면 다른 사람이다. 그는 권력의 정점에 선 것처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의 귀환"이라고 평가했다. 부패 혐의 형사재판을 받던 중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안보 실패론'에까지 직면하자, 가자지구 전쟁 종전 즉시 꺼질 게 확실해 보였던 정치 생명이 완전히 되살아났다는 뜻이다.
여론 반전의 계기는 하마스에서 헤즈볼라로 '전쟁 상대'를 바꾼 것이다. 헤즈볼라 지휘부 암살,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폭탄' 작전 등 연이은 군사적 성과가 내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가자 전쟁의 소모전 양상에 대한 비판론을 레바논에서의 승리로 일단 덮은 셈이다. 미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를 지낸 알론 핀카스는 "네타냐후는 레바논에서 극적인 일을 벌이는 게 자신이 면책받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지율이 오르자 정치적 우군도 돌아왔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기드온 사르가 이끄는 우파 정당 '새로운 희망'이 연정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가자 전쟁 발발 후 긴급 통합 내각에 참여했다가 올해 3월 의견차로 탈퇴한 사르가 4개 의석을 가져오면서 네타냐후 연정 확보 의석은 68석으로 늘어나게 됐다. 그동안 마찰을 빚을 때마다 '연정 탈퇴' 위협을 했던 '유대인의 힘'(6석)이 빠져도 전체 의석(120석)의 과반이 확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극우 파트너의 입김에서 보다 자유로워졌다"고 짚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감행한 '군사적 도박'의 효과는 "수개월 후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영국 가디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982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소탕'을 명분으로 레바논을 침공했는데, 이는 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봉기)와 헤즈볼라 탄생이라는 반작용을 낳았다. 1992년에도 헤즈볼라 수장 아바스 알무사위를 암살했지만, 나스랄라가 승계해 30여 년간 조직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일종의 회의론이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파상 공세는 중동 지역은 더 일촉즉발 상태가 됐다. 최대 우려는 '저항의 축' 맹주인 이란이 본격 참전하는 시나리오다. FT의 수석 칼럼니스트 기드온 라흐만은 "네타냐후는 중동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길 꿈꾸고 있을지 모르나, 그보다는 (더 심각한) 지역적 혼란과 위험이 초래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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