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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밴드 대신 국내 밴드, 인디 밴드 대신 K팝 그룹... 페스티벌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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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축제가 바뀌고 있다. 해외 정상급 음악가들의 차지였던 대형 축제 헤드라이너(간판급 출연자)는 국내 스타들로 채워지고 있고, 관객들의 거부감이 적지 않았던 K팝 그룹들의 출연도 점차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최근 가을철 대표 대중음악 축제로 꼽히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의 주최사 민트페이퍼는 26, 27일 11월 2, 3일 출연진을 확정하며 K팝 보이그룹 에이티즈가 마지막 날 헤드라이너를 맡는다고 밝혔다. GMF가 2007년 처음 열린 이후 K팝 그룹을 헤드라이너로 선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쓰에이 출신의 수지,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 등 K팝 그룹 출신 솔로 가수가 이 축제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싱어송라이터나 인디 밴드 위주로 출연진이 꾸려지는 페스티벌 성격 탓에 K팝 그룹의 등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올해 헤드라이너 중엔 K팝 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밴드 데이식스도 포함됐다. K팝 기획사 소속 밴드가 GMF의 헤드라이너를 맡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데이식스의 GMF 출연은 '최고의 루키'로 선정됐던 2019년 이후 올해가 두 번째다. 이번 GMF엔 FNC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씨앤블루와 FT아일랜드가 나란히 출연하는데 두 팀 모두 이 축제에서는 첫 무대다.
K팝과 음악 축제 간의 거리가 좁혀진 건 두 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 때문이다. 최근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데이식스를 필두로 루시, 너드 커넥션 등 밴드들의 팬덤이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수준으로 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페스티벌 관객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해외 음악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었고 K팝 그룹이나 밴드에 대한 반감도 감소했다.
GMF를 주최하는 민트페이퍼의 황슬기 총괄팀장은 "최근 밴드의 팬덤이 커지면서 아이돌 그룹 팬덤과의 구분이 모호해졌다"면서 "페스티벌 측은 음악적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뛰어난 무대를 보여주는 K팝 그룹의 출연을 원하고, 기획사 측은 보다 많은 관객에게 훌륭한 공연을 보여줌으로써 좋은 이미지를 챙길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밴드 시장이 커지면서 해외 스타들이 주인공이던 록 페스티벌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 8월 열린 펜타포트락페스티벌 이틀째 공연에선 헤드라이너인 미국 기타리스트 잭 화이트보다 '조연'에 해당하는 출연자였던 실리카겔이 더 많은 관객을 모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셋째 날엔 헤드라이너인 잔나비와 데이식스의 팬들이 오전 일찍부터 무대 앞자리를 차지하려 치열한 경쟁을 펼쳐 화제가 됐다. 실제로 두 밴드의 공연에는 수만 명이 모이며 사흘간 열린 페스티벌 무대 중 가장 뜨거운 환호를 받았는데, 사흘간 공연했던 여타 해외 출연진의 무대에선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록 페스티벌의 무게추가 국내 음악가로 옮겨간 데에는 정상급 해외 음악가들의 몸값이 팬데믹 이후 급등한 반면 국내 젊은 관객들의 관심이 줄어든 요인이 크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국내 팬덤이 어느 정도 있는 해외 아티스트의 경우 페스티벌 출연료가 2~3배 이상 올라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아티스트를 섭외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밴드는 그보다 훨씬 적은 출연료로 더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어 국내 출연진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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