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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北 헌법에서 '통일' 뺄 수도"...33년 된 남북기본합의서 파기 가능성

입력
2024.10.02 17: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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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최고인민회의… ‘해상국경선’ 새로 규정할 수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0일 "김정은 동지께서 수재민들의 아픔을 하루빨리 가셔주고 피해 지역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문제는 현 시기 우리 당과 정부 앞에 나서는 최급선무적인 과업이라고 강조하시였다"며 김 총비서가 평안북도 수해 지역의 복구 현장을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0일 "김정은 동지께서 수재민들의 아픔을 하루빨리 가셔주고 피해 지역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문제는 현 시기 우리 당과 정부 앞에 나서는 최급선무적인 과업이라고 강조하시였다"며 김 총비서가 평안북도 수해 지역의 복구 현장을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7일 예정된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헌법에서 '통일' 문구를 삭제하고 33년 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를 파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정부 관측이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정은이 '평화통일'이나 '민족대단결' 같은 표현을 없애고 '해상국경선' 규정을 반영한 개헌을 예고한 만큼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 특수관계로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 파기안이 함께 처리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1991년 12월 13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에 기반한 개헌 지시를 올해 초 내리면서 한반도 내 두 국가 체제로의 전환에 걸림돌인 남북기본합의서 파기가 점쳐졌다.

정부는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①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점 ②한반도가 영토분쟁지역이라는 점 ③남북은 단절된 관계라는 메시지를 낼 가능성 또한 높다고 본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제도화를 지속하는 한편 영토 조항 신설 등으로 우리 사회 안보 불안감을 조성하고 한반도 긴장 고조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이 개헌 후 수정된 헌법 전문을 시차를 두고 외부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아 개헌 내용이 곧바로 확인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이 그동안 진행해 온 '적대적 두 국가론' 관련 조처도 공개했다. 경의선 도로 대형 방벽과 남북 간 연결 도로에 매설한 다량의 지뢰 등이다. 통일부 당국자은 "경의선 통일다리 옆 철도용 교량의 상판 철거도 위성사진으로 확인했다"며 "외무성이 대남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개편이나 인사를 단행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헌 이후 분쟁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해상 국경선 규정을 헌법에 담을 경우 국제적인 해상 분쟁화가 될 수 있어 우리가 국제법적으로 대응할 것인지 등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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