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의대생 살인범' 재범 위험성 높다... "피해자에 적개심"

'사람 죽이는 법' 휴대폰 검색 기록 확인
검찰 "투신 시도 없어... 사이코패스 아냐"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남성 최모씨가 5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의대생 최모(25)씨가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폭력 범죄 재범 위험성도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우인성)는 7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최씨는 5월 연인 관계이던 피해자를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15층 건물 옥상으로 데려가 흉기로 피해자를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중학교 동창인 최씨와 피해자는 올해 2월부터 교제를 시작해 두 달 후 피해자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피해자 부모가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반대하자 두 사람은 심하게 싸웠고, 피해자의 결별 요구를 받은 최씨는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대생인 최씨는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최씨에게 폭력 범죄 재범 위험성이 높은 수준으로 나왔다"면서 "소유욕과 인정욕이 많고 자기중심적 성향이 관찰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황이 피고인이 의도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자 자신의 삶이 침해당했다고 지각해 피해자에 대한 강한 적개심이 발현됐다"면서 "피해의식과 분노, 누적된 정서적 상태가 발현됐다"고 덧붙였다.

심리 분석 등을 실시한 검찰은 최씨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도 아니었다. 앞서 최씨 측은 최씨가 불안장애와 강박 등을 앓고 있어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최씨의 휴대폰 포렌식 결과 '사람을 죽이는 법'을 검색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비록 범행에 사용하진 않았지만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기 위해 청테이프를 구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피고인 주장과는 달리 투신자살을 시도한 내용이 없고 북한산에 올라간 것도 자살 시도를 한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해 입산했다가 구조돼 하산한 것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8일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뒤 재판을 종결할 방침이다. 검찰의 최종의견과 변호인의 최후변론, 최씨의 최후진술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