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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파도 탄 사모펀드... '고려아연-영풍 사태' 자본시장 이정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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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제고에 관한 일련의 흐름이 진행되는 상황 속, 사모펀드(PEF)가 시끄러운 경영권 분쟁에 참여한다는 건 주목할 만한 새로운 현상이다."
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의 핵심에 선 MBK파트너스(MBK)에 대한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평가다. MBK가 이해관계가 맞는 상대방(주로 대기업)으로부터 '조용히'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올린 뒤 팔고 나가(바이아웃·Buy-out)는 PEF 속성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바이아웃이 생리인 PEF가 승기를 잡는다면, 행동주의 펀드1→소액주주→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이어진 기업가치 제고 운동이 새 힘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박 위원 말처럼 2005년 시작된 MBK 인수합병의 역사는 상장사, 비상장사를 불문하고 비교적 순탄했다. 그중 코웨이, ING생명(현 신한생명), 두산공작기계 등은 대기업 그룹 자회사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매각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때는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함께 최규옥 회장 지분 인수 및 2차에 걸친 공개매수로 96.1%의 지분을 확보했다.
전례가 깨진 것은 '형제의 난'으로 불렸던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때다. MBK는 조양래 명예회장의 첫째 아들 조현식 고문과 손을 잡고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나선다. 우군을 확보한 둘째 아들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오너 일가에 정면으로 맞섰다는 점에서 "이례적",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번 건 역시 MBK가 경영권 분쟁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한국앤컴퍼니 때와 유사하다는 얘기가 많다. 차이점이 있다면 MBK가 의도했든 아니든, 인수 과정에서 '주주 권익', '지배구조'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MBK와 손잡은 영풍은 올해 초 고려아연 주총 당시 △전년도 대비 배당금 5,000원 감소 △기존 주주 지분 가치 희석을 이유로 고려아연 측 배당안 및 신주 발행 대상 변경 건에 반대했다. 지난달 영풍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비정상적 기업 의사결정구조(거버넌스)로 무분별한 투자를 단행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우려된다"고 직격했다.
상장사를 인수할 때 흔히 동반되는 전략이긴 하지만, 공개매수가 주주 입장에서 기업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계기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2은 지난달 논평을 내고 "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는 자본시장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다. 고려아연뿐만 아니라 저평가된 국내 상장사 주주가 가진 '그 외의 다양한 권리'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자본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도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던 1980년대 여러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거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주 가치를 중시하는 경영이 자리 잡았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가치라는 것이 곧 주주 가치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과정에 마침 사모펀드도 일조하는 모양이 됐다"며 이번 사태가 "기업가치 제고 정착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10일 코스피시장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전장보다 1.7% 오른 78만9,000원을 기록했다. 공개매수 이전 가격인 55만6,000원 대비 42% 뛴 가격이다. 승기를 잡은 쪽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측의 공개매수 '치킨게임' 양상은 금융 당국의 경고 이후 한풀 수그러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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