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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죽음은 50년 지나도 먹먹… 죄책감 대신 행복한 기억으로 살기를" [인터뷰]

입력
2024.10.11 14: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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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노견일기' 쓴 정우열 작가 인터뷰


웹툰 '노견일기'로 잘 알려진 정우열 작가와 생전 반려견 '풋코'가 함께했던 모습. 정우열 작가 제공

웹툰 '노견일기'로 잘 알려진 정우열 작가와 생전 반려견 '풋코'가 함께했던 모습. 정우열 작가 제공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이라면 한 번은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반려동물이 떠나간 뒤 겪는 반려동물 상실(펫로스) 증후군이다.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공감할 공간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웹툰 '노견일기'로 잘 알려진 정우열 작가는 지난해 2월 키우던 반려견 '풋코'를 스무 살의 나이에 안락사로 떠나보낸 이후,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혹은 겪게 될 반려인들을 위해 웹툰을 그리고 강연을 한다. 정 작가는 최근 한국일보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동물가족 행복 페스타 토크콘서트에도 참여해 펫로스를 주제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정 작가는 1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사람은 망각을 하니 시간이 지나면서 반려동물이 떠난 직후 힘들었던 것처럼 똑같이 힘들지는 않다"면서도 "강도나 빈도가 줄어들긴 하지만 순간 기억이 떠오를 때 엊그제 당한 일처럼 감정이 북받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떠난보낸 지 50년이 지난 분도 반려동물 이야기를 하면서 우는 걸 봤다"며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며 그 크기가 작아지더라도 평생 갖고 살아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우열 작가가 반려동물 안락사에 관해 수의사와 나눴던 이야기를 그려낸 웹툰의 일부. 정우열 작가 제공

정우열 작가가 반려동물 안락사에 관해 수의사와 나눴던 이야기를 그려낸 웹툰의 일부. 정우열 작가 제공

정 작가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은 이들을 위해 그들의 사연을 받아 소개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많은 이들로부터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마땅히 할 곳이 없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그는 "전문가들도 증후군을 겪는 이들에게 공감하고 소통하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한다"며 "진행 방식이 재미가 없어 지금은 잠시 그만뒀지만 다시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작가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을 만나면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돌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하는데, 반려동물이 떠나면 그 공간과 시간이 텅 비게 된다는 것. 그는 빈 공간을 의미 있는 것으로 메우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기른 노하우가 있으니 유기동물을 위한 봉사활동을 제안하기도 한다"며 "다만 건전한 방식으로만 할 필요는 없고, 그간 해보지 못했던 것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정우열 작가와 반려견 '풋코'. 하상윤 기자, 정우열 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정우열 작가와 반려견 '풋코'. 하상윤 기자, 정우열 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정우열 작가가 임시보호 중인 '달리'. 정우열 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정우열 작가가 임시보호 중인 '달리'. 정우열 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정 작가는 현재 구조한 개 '달리'를 임시보호하면서 입양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임시보호한 지도 2년이 넘었다. 아직은 다른 개를 키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느껴 입양은 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책임지고 달리를 위한 가족을 찾아줄 예정이다.

정 작가는 반려인들에게 죄책감을 갖거나 자책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은 완벽하지 못하고, 실수도 하고 또 이를 고쳐 나가면서 살지 않느냐"며 "반려동물에게 잘해주지 못했다며 자책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동안에도 또 떠나보낸 이후에도 행복한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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