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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고풍상의 비무장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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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976년 8월 미군은 한반도에서 6·25전쟁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육해공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미루나무를 자르기 위해서다. 전투 헬기와 B-52 전폭기가 휴전선 이남 상공에 뜨고, 항공모함도 대한해협으로 이동했다. 가지치기를 하다 북한군의 기습에 미군 장교 두 명이 숨진 ‘판문점 도끼살인 만행’ 사건 대응이다. 자동화기로 무장한 북한군 150명이 멀리서 지켜보는 가운데 미군 공병부대 16명이 문제의 미루나무를 제거했다.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김일성 친서로 전면전 위기에서 멈춰 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친 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라는 말을 남겼다.
□공동경비구역은 다른 비무장지대(DMZ)와 달리 철책이 없고, 경계선도 두지 않았다. 이전까지 나누자는 협의가 있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고, 이 사건 후 유엔군과 북한은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북으로 분할했다. 53년 7월 정전협정으로 설정된 남북 각각 2㎞, 너비 4㎞의 비무장지대는 이름만 그럴 뿐이지 충돌 위험이 상존하는 ‘중무장지대’나 다름없다. 쌍방이 주장하는 정전협정 위반만 100만 건에 달한다. 물론 북한과 유엔사가 인정한 위반은 각각 2건과 100건에 불과하다.
□ 기관총과 박격포 등 중화기 반입과 진지 구축, 지뢰 매설 등 비무장지대의 정전협정 위반 행위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비무장지대 내 초소, 즉 GP는 북측이 우리 측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북한은 1996년 4월 유엔군의 핵무기 반입 등을 비난하며 비무장지대 유지·관리 임무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사실상의 정전협정 일방 파기로 긴장 조성 효과를 노렸다.
□ 북한군이 최근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와 영토조항 신설 지시와 맞물려 남쪽 국경 요새화를 발표하면서 비무장지대 내에서 어떤 도발을 감행할지 관심이다. 사실 ‘평화적 최종 해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모든 적대행위와 무장행동의 완전 정지’를 목적으로 한 정전협정이 70년 넘게 지속하게 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만고풍상과 수많은 형해화 행위를 견뎌낸 비무장지대가 또다시 도전받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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