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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 드론 침투' 주장 둘러싼 미스터리... ①누가 ②기체 확보는 ③자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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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외무성 명의 중대성명을 통해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드론)를 침투시켜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 한, 진위 여부는 미스터리로 남을 공산이 크다. 나날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불확실성이 한층 더해졌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핵심은 '누가 드론을 보냈느냐'다. 우리 정부나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날려보내는 데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과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 민간단체들이 드론을 띄웠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진상으로 봤을 때 중거리 운행 가능한 엔진동력의 고정익의 중형드론을 위성통신을 통해 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파주에서 평양까지는 직선거리 150㎞로 왕복 300㎞ 이상 비행 능력이 필요하고 군사적인 위험성을 뚫으면서 이 정도 임무를 소화하는 능력을 민간이 갖추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드론 기술의 발달로 민간에서도 평양까지 비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엔진 부품 등을 사서 개량할 경우 중국제 민수용 드론도 충분히 평양까지 갈 수 있다"며 "2014년 북한이 한국에 내려보낸 중국제 스카이-09 드론도 엔진을 개량해 우리 영공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12일 TV조선 인터뷰에서 '군용 무인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군용도 있지만, 무인기 활용에 대해서는 군용, 상용이 굉장히 확대되어 다양하게 운용되고 있기에 저 정도 능력이 군용밖에 없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민간 무인기가 북한의 상공을 비행하는 일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지난해 1월 국내 드론 동호회 회원이라고 하는 한 민간인은 유튜브에 강원에서부터 금강산까지 약 2시간을 비행한 무인기가 찍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날개가 있는 '고정익 무인기'로 금강산 상공을 촬영한 이 민간인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0년간 드론으로 북한 상공을 촬영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탈북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로 추정되는 '아리랑day'는 지난 2022년 드론으로 촬영한 북한 신의주시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에서 한 이용자도 드론으로 촬영한 신의주시의 모습을 게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으로 드론을 띄워 평양 인근을 촬영한 사례가 최근에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대북전단 단체가 아닌 드론 기술을 잘 이해하고 있는 민간 단체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11일 처음 성명을 내놓으면서 드론 사진과 북한 상공에서 포착됐다고 주장하는 대북 전단 살포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9일 오전 1시 13~14분'으로 시간이 표시된 사진을 보면 어두운 야간 하늘에서 드론이 삐라 묶음통을 투척해 살포하는 장면이 담겼다. 하지만 비행 사진이 아닌 드론 기체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만일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기체를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북한이 평양 상공에 진입한 드론에 대해 방공 요격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평양 일대는 4중의 다중 방공망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드론이 실제 평양 상공에 진입했다면 김정은 안위와 직결된 평양 방어에 구멍이 생긴 것은 중대 사안으로 간주될 사태"라며 "평양의 대공 화력 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무인기 대응 체계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최초 성명을 내면서 국방성이 아닌 외무성 명의로 발표한 것 역시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기체를 통해 한국의 군사용 행동인지, 민간 단체 행위인지 단정할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군사 행동을 취하기보다 성명을 통해 한국의 반응을 살피는 일종의 '떠 보기'를 하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군은 "확인 불가"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물론 '북한 내부 소행'이나 '자작극'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이번 주장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할 수도 있다"며 자작극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 현실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기보다,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북한의 대응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자작극'의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 영공이 세 번이나 뚫린 문제로 강력한 문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 자작극일 가능성은 낮다"며 "북한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청사구역 상공'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는데, 사실이라면 김정은 집무실 등이 있는 곳이라 북한 지도부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북한 전문가도 "주민들에게 공개 않고 대외적으로 자작극을 벌일 수도 있는데도 모두 공개한 것으로 봤을 때 오히려 자작극이 아님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통상 북한은 대북전단과 관련된 소식은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알렸지만, 이번 외무성 성명은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1면에 전문을 이례적으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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