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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정족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완전 마비 사태 일단 피했다

입력
2024.10.14 19:00
수정
2024.10.14 19: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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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추천 지연… 18일부터 정족수 미달되자
'탄핵소추로 직무정지' 이진숙 등 가처분 신청
기본권 관련 중대 사건 등 지연 우려 일부 해소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 심리정족수를 규정한 헌재법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 국회 선출 몫 헌재 재판관 3명의 임기 만료(17일)를 코앞에 두고도 여야의 후임 재판관 선출 논의에 진전이 없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1,000여 건에 대한 심리가 사실상 중단될 뻔했으나 이번 결정으로 '개점휴업' 상태는 일단 피하게 됐다.

헌재 "신속 재판 권리 제한… 헌재 공석 반복 문제"

헌재는 14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헌재법 23조 1항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효력 정지는 임기만료로 재판관이 퇴직해 공석 상태가 벌어진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 정지 기한은 이 위원장이 같은 조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 때까지다.

당초 이 조항으로 인해 17일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 임기 종료 이후부터 헌재 전원재판부 사건 심리가 중단될 예정이었다. 헌재법상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되는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재판관 전원으로 구성되는 재판부가 심판을 맡는다. 전원재판부 심리정족수가 7명으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변론, 평의, 선고 모두 불가능하다. 여야가 이 소장 등 후임 재판관 추천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라 8월 말 기준 헌재에 계류 중인 전체 사건(1,215건) 중 전원재판부에 배당된 1,077건(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의 심리가 불가능해지는 구조였다. 이 위원장 탄핵심판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이 위원장은 10일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및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헌재는 가처분 신청 인용 이유를 설명하며 "신청인은 (탄핵소추로) 탄핵심판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되는데, 사건을 심리조차 할 수 없다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강조했다. "신속한 결정을 위해 후임 재판관 임명 전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 "심리정족수에 대한 직무대행제도 같은 제도적 보완 장치가 전무하다"면서 이 정족수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족수 조항' 가처분 신청도

이번 결정으로 국민 기본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도 전면 중단 사태는 피하게 됐다. '사형제 폐지 관련 위헌소원' '조력존엄사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등 기본권 사건을 비롯해 '코로나19 예방접종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지침 등 위헌확인' '단체대화방 동영상 검열 위헌확인' '성폭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 관련 위헌제청' '전공의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위헌확인' 등이다. 현재 심리 중인 주요 사건만 따져도 탄핵 심판 2건, 위헌법률 심판 3건, 권한쟁의 심판 9건, 권리구제형 헌법소원 심판 21건, 규범통제형 헌법소원 심판 5건 등 40건에 이른다.

다만 7명 정족수 효력 정지는 '의결정족수'가 아닌 '심리정족수'에 적용된다. 법률의 위헌결정이나 탄핵결정 등을 위해선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17일 이후 재판관 3명이 공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헌재는 주요 사건 심리는 진행하되 종국결정은 미룰 수도 있다. 국회 추천부터 재판관 임명까지 최소 한 달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여야 대치 상황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헌재가 불완전한 상태로 운영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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