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셀프 미봉책'으로 겨우 파국 면한 헌재... 안락사 등 주요 사건 지연 불가피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헌재 심리 정족수(재판관 7인 이상 출석으로 심리) 조항 효력을 일시정지하는 '셀프 처방'을 통해 가까스로 개점휴업 상태를 면했다. 그러나 6명의 재판관만으로는 사실상 결정을 내릴 수 없어, 이번 긴급 처방을 통해서도 헌재는 '식물 상태'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형제, 조력 사망(안락사) 등 빨리 결론 내려야 할 사건이 한가득 쌓여 있음에도, 국회가 후임 재판관 선출을 계속 미루고 있어 파행 운영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15일까지 국회 선출 몫 재판관 세 명을 추천하는 방식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17일 퇴임하면 소장 대행을 맡을 문형배 재판관 등 재판관 6명이 사건 심리를 하게 된다.
이마저도 헌재가 전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제기한 헌재법 23조 1항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기에 가능해진 것이다. 헌재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조항에 따라 이 위원장 탄핵심판은 물론 국민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 심리가 모두 멈추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뻔했다. 헌재가 1988년 문을 연 이래 인용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10건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헌재가 재판관 공석 상태를 얼마나 긴급하고 중대한 것으로 판단했는지 알 수 있다.
최악을 면하긴 했지만 파장이 사라진 건 아니다. 사건 처리는 지체될 수밖에 없다. 이론상 재판관 6명 전원 찬성 의결해 심판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법률 위헌이나 탄핵 결정 등 주요 사안의 경우 공정성 논란이나 파급력을 감안해 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번 헌재의 가처분 인용은 '빠른 종국결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임 재판관 임명 전에 사건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놓기 위해서라고 보는 게 맞다.
결국 국가가 조력존엄사(소생이 불가능한 환자가 의사 도움을 받아 사망에 이를 수 있도록 한 것) 관련 입법을 하지 않은 책임을 따지는 입법부작위 사건 등 국민 기본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 처리도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사건 중 2019년 2월 제기돼 2022년 공개 변론까지 진행한 사형제 폐지 관련 위헌소원, 2021년 12월 제기된 코로나 예방접종 증명·음성확인제 지침 등 장기간 지체된 사건도 적지 않다.
재판관 세 명의 자리가 빈 상황에서 평의나 변론도 온전히 이뤄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6년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규칙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왔을 때 '장애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재판관 한 명만 있었어도 결론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며 "재판관 1명이 단순히 N분의 1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사건 심리의 깊이나 폭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후임 재판관 선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현재 여야는 퇴임 재판관 세 명의 추천 몫을 어떻게 나눠가질 것인가를 두고, 기싸움만 거듭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여야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한 명은 합의로 추천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의석수에 비례해 야당이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