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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형벌 조항 아닌 경우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소급 적용 불가"

입력
2024.10.22 12:04
수정
2024.10.2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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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 관련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법조항이 개정됐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형사처벌 관련 규정이 아니라면 바뀐 조항의 효력은 과거 사건에 소급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낸 단체협약 시정명령 취소 소송의 재심 청구를 지난달 27일 기각했다.

노동당국은 2010년 금속노조가 7개 기업과 체결한 단체협약 중 8개 조항이 노조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행정소송 1심에선 노조 측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졌지만 2심에서 원고 전부 패소로 뒤집혔고, 판결은 2016년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헌재는 이 사건에 적용된 노조법상 '운영비 원조금지 조항'에 대해 2018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노조법은 사용자의 노조 운영비 지원 행위를 금지하면서 사무소 제공 등 일부만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노조의 자주성이 저해될 위험이 현저하지 않은 경우까지 운영비 지원을 금지해,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노조법은 헌재의 결정에 따라 2020년 6월 개정됐다.

항소심 중 청구했던 헌법소원의 결과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나오자, 금속노조는 "헌재 결정에 따라 행정소송 결과도 바뀌어야 한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헌재법 47조에 따르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은 그 결정 당일에 효력을 상실하지만 '형벌에 관한 법률'은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 2015년 헌재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선고를 했을 때에도, 그 이전 헌재의 마지막 합헌 결정 시점(2008년)부터 2015년 사이 간통죄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이 소급 적용으로 무죄를 받을 수 있었다.

이를 참조해 금속노조는 노조법상 운영비 원조금지 조항도 형벌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금속노조의 주장을 물리쳤다. 운영비 원조금지 조항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시정명령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개정된 법에도 소급효과를 규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으므로 운영비 원조금지 조항은 소급해 효력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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