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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 난도 높아지는데… 경찰 여청과장 40% '수사경력 3년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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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서에서 여성·청소년 대상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부서장의 40% 정도가 수사 경력이 3년에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건이 늘어나고 관련 사건의 지능화·흉포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에도, 수사 책임자의 전문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경찰서 259곳 여성청소년과장(주로 경정급) 가운데 수사 경력이 3년 미만인 경찰관은 101명(39.0%)에 달한다. 특히 수사 업무를 1년도 채 거치지 않은 과장도 56명(21.6%)이나 됐다. 지난해 690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던 서울의 한 경찰서의 경우, 여청과장의 수사 경력이 6개월이라고 한다. 수사관으로 일하기 위해 시험을 거쳐 취득해야 하는 자격인 '수사경과'를 보유하지 않은 경찰관 또한 81명(31.3%)이었다.
여청과는 피해자 보호 및 범죄 예방이 주 업무였다가 2015년 본격적으로 수사부서가 됐다. 수사팀을 따로 편성해, 형사과가 맡던 성범죄나 가정폭력 등 사건 수사를 전담하게 한다는 게 당시 경찰청의 구상이었다. 수사 일관성과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인이 사건'(서울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초동 수사가 부실했다고 지적받은 것을 계기로, 2021년부터는 전국 1급 경찰서(치안 수요가 높은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 여청과 산하엔 강력수사팀도 설치됐다. 그런데 그동안의 이런 정책 취지에 맞지 않게, 정작 수사 책임자의 수사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는 인사를 낸 것이다.
부서장이 꼭 '수사통'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긴 하다. 여청과 사건은 가족·연인처럼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하고,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경찰 수사 자체를 '2차 가해'처럼 느낄 수 있다. 당사자를 배려하며 수사하는 '감수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일선 경찰서에서 여청과장으로 5년 가까이 일했던 A 총경은 "형사·수사과에서 온 수사관들은 '경찰이 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쫓아다니면서 조사에 응해달라고 설득해야 하냐'고 묻곤 했다"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특수성을 감안해 사전 예방 및 사후 회복 조치를 촘촘히 하는 게 여청과의 중요 기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찰청 여청과장(2014년)을 지냈던 조지호 경찰청장 역시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청과는 다른 수사과와 다르다"면서 "피해자의 보호라든지 임시조치라든지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다만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처럼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고난도의 신종 성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수사 전문성 보강은 여전한 과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여성과 청소년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건 전문성 있는 수사"라면서 "그런 인식을 갖고 수사 역량을 길러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성회 의원은 "여성·청소년 범죄 수사는 범죄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면서 "효과적 대응을 위해 수사 경험이 많은 지휘관을 배치할 수 있도록 경찰 인사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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