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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순직 군인 유족에 보상절차 안 알려준 국가... 법원 "불법 아니라 불친절일 뿐"

입력
2024.10.28 08:00
수정
2024.10.28 10:5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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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야식 추진 중 사망한 12사단 소위

사열 중인 군인. 게티이미지뱅크

사열 중인 군인. 게티이미지뱅크

국가가 순직 군인 유족에게 재해보상금 안내를 하지 않은 것은 '불친절'일 순 있어도, 배상까지 해야 할 '불법행위'로 보긴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무원의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를 법령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9단독 조영기 부장판사는 순직한 손모 소위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7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재해보상금 발생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것이 순직 군인의 유족에 대한 예우의 관점에서 불친절했다고 볼 수는 있다"면서도 "담당 공무원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1989년 7월 전입 한 달 된 27세 손 소위는 육군 12사단 헌병대 지프 차량을 타고 국도를 달리다 빗길에 미끄러지는 사고로 현장에서 숨졌다. 당시 손 소위 등은 부대 안에서 열린 회식을 빨리 끝내고 사기 진작 차원에서 야식을 구하러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보훈당국은 손 소위의 외출을 무단이탈로 보고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했다. 유족들은 2020년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를 심사한 위원회는 6개월 만에 "손 소위 사망은 공무수행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낸 유족은 "국가가 사망보상금 지급 안내 통지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알려주지 않아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부작위를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선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는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 판결에 대해 유족 측은 국가배상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했다며 항소할 계획이다. 판례상 '법령 위반'은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 지켜야 할 준칙 등을 위반한 경우도 포함한다는 주장이다. 유족 측은 "'불친절'의 문제가 아닌 '신의성실 위반' 문제로 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소송과 별도로 유족들은 손 소위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은 보훈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도 이어가고 있다. 유족들은 유공자 인정 소송에서도 2심까지 패소해 상고한 상태다. 법원은 국가유공자 신청 범위엔 배우자, 자녀, 부모 등만 포함되는데 이 소송을 낸 손 소위 동생은 원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유족들은 두 소송으로 인해 국가로부터 '이중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유족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국가 손배소 사건에선 법원이 국가의 위법성을, 행정소송에선 소의 이익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면서 "특히 보상금 안내를 의무가 아닌 친절 문제로 평가해 군인이 왜 국가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지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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