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로 아나운서가 PPL 음료 마셔... "홈쇼핑이냐" 중징계

SBS '모닝와이드 3부' 작년 6월 방송
특정 기업 음료를 과도하게 부각해
"시청 흐름에 방해돼" 방심위에 민원
"시사 프로, 광고 방송화" 경고 의결

지난해 6월 7일 자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모닝와이드 3부'에서 남녀 아나운서가 직접 간접광고(PPL) 음료를 시음하는 장면. SBS 방송화면 캡처

아나운서가 직접 간접광고(PPL) 상품 음료를 시음하는 등 과도한 영리 추구 행태를 보인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방심위는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SBS '모닝와이드 3부'의 지난해 6월 7일 등 방송분에 대해 '경고'를 의결했다. 경고는 행정지도 단계(의견제시 및 권고)를 넘어선 법정 제재에 해당하는 중징계로, 향후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가 될 수 있다.

해당 방송은 PPL 상품인 특정 음료를 화면에 부각했다. 나아가 프로를 진행하던 아나운서 2명이 직접 컵에 따라 마시기도 했다. 이에 한 시청자는 "시청 흐름을 방해했다"는 취지로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지상파 예능 프로에서 PPL 노출이 논란이 된 적은 있었지만, 시사 프로에서 이 정도 수위의 광고가 나오고 논란이 된 사례는 이례적이었다.

방심위원들은 지상파 방송으로서의 책임감을 따져 물었다. 김정수 위원은 "이건 지상파 프로그램이 아니고 홈쇼핑 수준"이라고 했고, 강경필 위원도 "시사 방송이 거의 광고 방송화됐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류희림 위원장 역시 "방송사 경영이 힘들어 간접광고 유혹이 많겠지만 지상파에서 이런 정도의 심각한 규정 위반을 한 건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SBS는 고개를 숙였다. 제작진은 방심위 의견진술에서 "예능·드라마 외 교양에서 PPL은 처음이라 형식에 집중했다. 광고주의 과도한 요구도 있었고, 간접광고는 전액 제작비로 투입돼 외주 제작비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욕심도 있었다"고 사과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