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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줄 선 대가?… WP, 사흘 만에 구독자 20만 명 잃었다

입력
2024.10.29 09:48
수정
2024.10.2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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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지지’ 사설 철회→“대선후보 지지 없다”
종이·디지털 신문 유료 구독자의 8% “구독 취소”
“사주 베이조스의 결정... 원칙 아니라 다른 이유”

미국 워싱턴 시내에 위치한 신문사 '워싱턴포스트' 본사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시내에 위치한 신문사 '워싱턴포스트' 본사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의 진보 성향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사흘 만에 최소 2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준비했다가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압력에 굴복해 철회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WP 독자 20만 명 이상이 디지털 구독 계약을 해지했다. 구독료를 내고 종이 신문 또는 디지털 신문을 보는 WP 전체 독자 250만 명의 8%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WP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들은 신문 해지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소속 기자는 ‘친척도 구독을 취소했다’고 귀띔했다.

WP의 독자 급감은 사흘 전 이 신문의 ‘대선 후보 지지 표명 중단’ 선언에서 비롯됐다. 윌리엄 루이스 WP 편집인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5일 “이번 대선부터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1976년부터 딱 한 차례(1988년)를 제외하곤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해 온 WP의 행보에 비춰보면 뜻밖의 발표였다.

문제는 베이조스의 ‘개입’이다. 당초 WP는 이번에도 ‘해리스 지지’ 사설을 작성했으나 실제 발행하지는 않았는데, 신문은 기사를 통해 “사주인 베이조스가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루이스 CEO는 베이조스의 관여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미 언론계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상승세를 타며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베이조스가 WP 내부 의견을 묵살하고 ‘해리스 지지’ 사설 게재를 일방적으로 막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WP의 ‘대선 후보 비(非)지지’ 선언 몇 시간 만에 베이조스 소유 항공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임원들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동 사실이 알려지며 이러한 의심은 더 설득력을 얻게 됐다. 마티 배런 전 WP 편집장은 NPR 인터뷰에서 “만약 3년 전, 2년 전, 1년 전에 이런 결정을 했다면 괜찮았을 것”이라며 “선거를 몇 주 앞두고 이뤄졌고, 신문의 편집국과도 실질적이고 진지한 숙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 숭고한 원칙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이뤄진 결정”이라고 일갈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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