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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 WP ‘해리스 지지’ 사설 철회 옹호… 독자 20만 명은 “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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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사흘 만에 최소 2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잃었다.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압력에 굴복,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사설 게재를 철회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베이조스는 “매체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고 해명했으나, 회사 안팎의 거센 비판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8일(현지시간)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WP 독자 20만 명 이상이 디지털 구독 계약을 해지했다. 구독료를 내고 종이·디지털 신문을 보는 WP 전체 독자 250만 명의 8%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신문 해지 건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NPR은 전했다.
WP 구독 취소 릴레이는 ‘대선 후보 지지 표명 중단’ 선언에서 비롯됐다. 미국 대선(11월 5일)을 불과 11일 앞둔 지난 25일, 윌리엄 루이스 WP 편집인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을 포함해 앞으로는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976년부터 딱 한 차례(1988년)를 빼고는 모든 대선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온 WP 행보에 비춰 ‘뜻밖의’ 발표였다.
문제는 베이조스의 개입 의혹이다. 당초 WP는 ‘해리스 지지’ 사설을 작성하고도 발행하지 않았는데, 신문은 기사를 통해 “사주 베이조스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상승세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베이조스가 향후 사업적 이익을 노리고 ‘해리스 지지’ 사설 게재를 막았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예상하고, 트럼프 쪽에 줄을 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낀 듯, 베이조스도 직접 입을 열었다. 이날 오후 WP 홈페이지에 게시된 ‘가혹한 진실: 미국인은 뉴스 미디어를 불신한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그는 “특정 신문의 대통령 지지 선언은 선거 향방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며 “그런 지지 선언은 해당 매체가 편향적이고 독립적이지 않다는 인상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향후 대가를 계산하는 행동은 안 한다”며 ‘원칙적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이 글은 29일 자 신문 오피니언 면에도 게재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진통은 오래갈 전망이다. 마티 배런 전 WP 편집국장은 NPR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비(非)지지’ 선언에 대해 “3년 전이나 2년 전, 1년 전에 했다면 괜찮았겠지만 선거 코앞에 이뤄진 결정이고, 신문사 편집국과의 실질적이고 진지한 숙의도 없었다. 분명히 숭고한 원칙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이뤄진 결정”이라고 일갈했다. 배런은 엑스(X)에도 “민주주의를 희생시키는 비겁함”이라고 썼다. 현재까지 WP 편집위원회 위원 10명 중 3명이 ‘항의성 사임’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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