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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세요?"라고 영국 청년이 물어왔다...아시아 영화 향한 런던의 뜨거운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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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세요? 아니면 감독이신가요?”
지난 23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부 레스터광장. 한 20대 영국 남성이 한국인들을 보자마자 말을 걸었다. 그는 “여동생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데, 한국인이라면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극장 오데온 럭스에서 열린 제9회 런던아시아영화제 개막식을 보기 위해 레스터광장을 찾았다고 했다.
올해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아시아 영화에 대한 영국인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개막식 시작 1시간 전부터 오데온 럭스 앞은 관객으로 붐볐다. 다양한 연령과 인종이 뒤섞여 60m가량의 줄을 만들었다. 극장 좌석 800석이 모두 찼다. 레스터광장 오데온 럭스는 할리우드 영화 세계 첫 상영 행사가 종종 열리는 곳으로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극장 중 하나다.
개막작은 한국 영화 ‘탈주’였다. 북한 병사 규남(이제훈)이 출신 성분이라는 굴레를 떨치기 위해 탈북하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국내에서 지난 7월 개봉해 256만 명이 본 흥행작이다. 상영이 끝난 후에는 ‘탈주’의 이종필 감독과 함께하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영화 제작을 위해 북한사회에 대해 얼마나 알아봤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북한 유랑민이 실제로 존재하냐” 등의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드러냈다.
2016년 첫발을 디딘 런던아시아영화제는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영화를 선보여왔다. 올해는 ‘탈주’와 폐막작 홍콩 영화인 ‘리틀 레드 스위트’ 등 27편이 다음 달 3일까지 스크린에 투영된다. 개막식에서는 한국 영화 ‘리볼버’의 임지연이 베스트액터상을, 홍콩 유명 배우 우쥔루(吴君如)가 평생공로상을 각각 수상했다.
영국과 미국, 유럽 영화가 주류로 군림해온 런던 극장가에서 아시아 영화들만을 다루는 행사는 런던아시아영화제가 유일하다. 런던에서는 그동안 아시아 관련 영화제가 여럿 열렸으나 6회(테라코타극동영화제로 2015년부터 중단)가 최장이었다.
올해 관객 반응은 지난해보다 더 뜨겁다. 영화제 상영 영화 모두를 다 볼 수 있는 ‘패스 티켓’ 판매량만 해도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었다.
영화제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면이 있기도 하나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 증대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최근 런던은 K콘텐츠를 필두로 아시아 바람이 불고 있다. 런던 중심부 번화가에 들어선 아시아계 상점들이 변화상을 대변한다. 채링크로스 거리를 따라 한국 잡화 전문점 ‘오세요’와 ‘서울 플라자’가 나란히 들어서 있고, 떡볶이와 김밥, 라면 등을 파는 음식점 ‘분식’이 영업 중이다. 한국 영화 ‘기생충’(2019)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 등 K콘텐츠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전후 크게 인기를 끈 영향이 크다.
2019년 벌어진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2020년 단행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이 있기도 하다. 영국 정부가 중국 정부의 홍콩 시위 강경 진압에 대한 대응으로 영국해외시민 여권을 지닌 홍콩인들(1997년 이전 출생)에게 특별 비자 프로그램(최대 5년 체류)을 확대하면서 홍콩인 15만 명가량이 영국으로 유입됐다.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브렉시트로 동유럽 출신 노동자들이 영국을 떠난 후 아시아계가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며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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