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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위배되는데... 일본 정부, 유엔 '여성의 왕위 계승' 권고에도 반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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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차별철폐위)의 '여성 왕위 계승 허용' 권고에도 제도 개선 노력 없이 반발 움직임만 보이고 있다. 남성만 왕위를 계승하도록 하는 것은 성평등 시대에 맞지 않는 데다, 왕족 인원 감소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도 보수층 눈치를 보며 변화 요구에 귀를 닫고 있는 셈이다.
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각료들은 유엔의 '왕위 계승 남녀 평등 실현' 권고에 잇따라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차별철폐위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엔 스위스 제네바사무소에서 일본 정부의 여성 정책을 심사한 뒤, 남성만 왕위 계승을 가능하도록 한 왕실전범의 개정을 권고했다. 성평등에 위배되는 정책인 만큼, 왕족 여성도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게 고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지나친 간섭"이라는 게 일본 정부 입장이다. 이와야 다케시 외무장관은 이달 1일 "(유엔 위원회가) 국가의 기본과 관련된 사안을 권고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인권과 관련 없는 문제"라고 잘라 말했고, 극우 정당인 일본유신회는 "(왕위 계승 문제는) 나라의 문화와 역사 문제"라고 반박했다. 유엔 심사 당시에도 일본 측은 "차별철폐위가 왕실전범을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항의하면서 해당 부분의 삭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성평등 가치에 반하는 것은 물론, 당장 왕위를 물려받을 왕족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는 탓이다. 일본에선 공주가 결혼하면 왕실을 떠나게 돼 있어, 왕족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1994년 왕족은 26명이었지만 현재 17명에 불과하고, 평균 연령도 60.2세로 고령화됐다. 요미우리는 특히 "왕위 계승 자격이 있는 왕족은 현재 3명뿐"이라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이 시급한데도 진전은 없는 상태다. 정치권 반발 때문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는 2022년 1월 왕족 수 감소 대책으로 '왕족 여성이 결혼 이후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국회는 이를 근거로 협의에 들어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왕족 여성의 왕위 계승 문제는 아예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요미우리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총리 취임 전에는 '여성 왕위 계승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자민당 내 반대파의 압박으로 취임 이후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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