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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토지 매입에만 180억…제주삼다수는 왜 한라산의 땅부자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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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삼다수가 축구장 100개 크기의 땅을 샀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올해 3월부터 삼다수의 광고 모델로 발탁된 가수 임영웅이 TV 광고에서 이렇게 되묻는다. 실제 삼다수를 제조·판매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한라산 인근에 매입한 토지 규모는 2022년 말 기준 71만6,600㎡에 달한다. 축구장(약 7,000㎡) 100개 크기다. 1996년부터 조금씩 땅을 사들이는 데 쓴 비용만 177억 원이다. 제주개발공사는 왜 한라산 땅부자가 됐을까?
이는 삼다수의 원수(原水)가 지하수라는 사실과 관계가 깊다. 한라산 국립공원 해발 1,450m 지역에 내린 빗물이 천연 필터 역할을 하는 현무암과 화산송이층을 타고 지하 420m 부근에 고였다가 뽑아 올려진 게 삼다수다. 빗물이 수십여 년에 걸쳐 천천히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품은 대수층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한라산 중턱, 해발 440m에 위치한 취수원 일대 토지를 대거 사들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라산 상류는 거의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청정 원수를 관리·보전하려는 노력은 이게 끝이 아니다. 제주개발공사는 취수원과 주변 지역에 총 58개소 지하수 관측망을 설치해 지하수위, 취수량, 수질, 토양 등의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2022년 제주도 통합물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제주도 전체 지하수 함양량은 연간 17억5,800만 톤(t). 이 중 삼다수의 연간 취수 허가량은 165만6,000t(0.09%)에 불과하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고갈 우려는 기우인 셈이다. 그럼에도 혹시 모를 지하수위 변동에 대비해 실시간 감시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게다가 공사가 2년마다 한 번씩 지하수 취수 영향 조사를 실시하는 관리 지역 범위도 넓다. 취수원이 속한 표선 유역(207.3㎢) 전체가 대상이다. 제주도 전체 면적의 11%에 달하는 규모다. 문수형 제주개발공사 연구·개발(R&D) 혁신본부장은 "보통 생수업체들은 취수원 주변 반경 2km 정도만 관리하는데 이렇게 광대한 유역을 관리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며 "삼다수가 항상 변함없는 수질을 유지하는 배경"이라고 했다. 삼다수는 1998년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수질 관련 행정 처분을 받은 적이 없다.
2025년부터는 삼다수의 청정수(水) 이미지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삼다수의 나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한라산 해발 1,450m 지역에 내린 빗물이 화산암반층을 거쳐 지하 420m까지 내려가는 게 18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2001년 당시 제주도가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함께 조사한 결과다. 그런데 윤성택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2016~2020년 한라산 동쪽 일대 빗물과 지하수를 채취해 물의 '지문' 격인 동위원소 분석 등을 진행한 결과 30년이 도출된 것이다. 최근 제주시에서 열린 제14회 제주물 세계포럼에서 만난 윤 교수는 "우리가 마시는 삼다수는 30년 전 한라산에 내렸던 빗물"이라고 했다.
이는 빗물이 더 오랜 기간 자연 정화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빗물이 스며드는 화산암반층에는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기능이 탁월한 화산송이와 클링커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제주개발공사는 지하수를 끌어 올린 후 단순 여과와 자외선 살균 작업만 거쳐 제품화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연령이 늘어났다고 해서 수질 변화가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청정 이미지를 더 강조할 수는 있다"며 "내년부터 삼다수 ‘30년 빈티지’를 제품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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