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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파는데, 모으니 태산…백화점 제치는 '쇼핑 1번지' 편의점

입력
2024.11.08 06:00
수정
2024.11.08 09:4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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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매출, 편의점 늘고 백화점 줄고
파죽지세 편의점, 10년 만에 점포 두 배
"저성장·1인 가구 증가, 대체할 곳 없어"


편의점 GS25(왼쪽)와 CU 매장. 각 사 제공

편의점 GS25(왼쪽)와 CU 매장. 각 사 제공


각종 먹거리, 생활필수품을 팔면서 동네 슈퍼·상점으로 뿌리내린 편의점이 백화점을 제치고 '오프라인 쇼핑 1번지' 자리를 차지할 기세다. 딸기 두 알, 초코파이 두 개 등을 앞세워 1인 가구를 겨냥한 '다품종 소량' 판매 전략이 편의점의 영향력을 빠르게 키웠다.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공세로부터 타격을 덜 받은 면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유통업태별 매출 비중을 보면 오프라인 업태 중 백화점이 16.6%로 가장 컸고 편의점 16.0%, 대형마트 11.3% 순이었다. 백화점은 소비자가 구매를 위해 지불한 상품값(거래액)을 측정했다. 이는 거래액의 일정 비율을 뗀 수수료 수입이 주를 이루는 백화점 순매출보다 넓은 개념이다.

2022년 무렵 대형마트를 누르고 백화점도 바짝 뒤쫓고 있는 편의점의 파죽지세는 이어지고 있다. 당장 편의점 선두를 다투는 GS25,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이 이날 발표한 3분기 매출은 각각 2조3,068억 원, 2조3,2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 5.4% 늘었다. 반면 3분기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순매출은 각각 0.8%, 2.1% 감소한 7,553억 원, 5,683억 원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이 보편적 쇼핑 장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엔 1인 가구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2015년 27.2%로 집계,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됐고 지난해 35.5%까지 커졌다. 지난해 GS25, CU 점포가 각각 1만7,390개, 1만7,762개로 10여 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뛰는 등 편의점도 부쩍 많아졌다. 통 크게 지갑을 열어야 하는 대형마트, 백화점과 비교해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필요한 양만 살 수 있는 편의점은 1인 가구와 찰떡궁합이었다.


찰떡궁합, 1인 가구와 편의점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2020년대 이후 백화점, 대형마트를 주춤하게 한 이커머스 확대도 편의점에는 큰 충격을 주지 않았다. 집, 직장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선 새벽 배송을 앞세운 이커머스보다 오히려 상품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두바이 초콜릿, 흑백요리사·탁구 선수 신유빈과의 협업 등 트렌드에 가볍게 대응하는 발 빠른 마케팅도 편의점의 강점이다.

백화점은 실적 부진을 겪고 있긴 하지만 반등의 기회를 찾고 있다. 고급 상품을 주로 파는 쇼핑 공간을 넘어 쉴 수 있는 곳으로 진화 중이다. 롯데백화점이 2030년까지 7조 원을 들여 백화점과 쇼핑몰을 결합한 복합 쇼핑몰 13곳을 키우겠다는 구상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백화점 역시 이날 2027년에 부산프리미엄아울렛, 더현대광주를 열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편의점이 포화 상태인 것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신규 출점을 문의하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며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1인 가구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점을 대체할 곳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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