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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000조 원 경제 부양책' 꺼냈다... '숨겨진 빚' 털어 부동산 탄력 노림수

입력
2024.11.08 20: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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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대, 부채 한도 6조 위안 증액 등 승인
지방정부 부동산 부양 정책 공간 키우기
'트럼프발' 경제 충격파 사전 대비 의도도

지난해 7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외곽 지역에 주택 단지들이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난으로 건설이 중단된채 방치되어 있는 모습. 선양=AFP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외곽 지역에 주택 단지들이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난으로 건설이 중단된채 방치되어 있는 모습. 선양=AFP 연합뉴스

중국이 '지방정부 부채' 해결을 위해 향후 5년간 2,000조 원에 가까운 중앙정부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8일 밝혔다. 중국 경제의 '숨은 뇌관'인 지방정부 부채 부담을 줄여 내수 회복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관세 폭탄 부과' 등 대(對)중국 압박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집권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적 충격파'를 상쇄하려는 조치로도 풀이된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은 이날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제12차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전인대가 지방정부 부채 한도를 올해부터 3년간 6조 위안(약 1,162조 원) 상향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 지방정부 특별채권 중 8,000억 위안(약 155조 원)을 부채 해결에 배정, 총 4조 위안(약 775조 원)으로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를 대환할 것이라고 란 부장은 설명했다. 이를 모두 합하면 총 10조 위안(약 1,937조 원)의 중앙정부 재정이 지방정부 부채 해소에 투입되는 것이다.

지방정부 부채는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꼽혀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부동산 침체에 따른 세수 부족 탓에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는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LGFV)' 부채를 포함, 총 66조 위안(약 1경2,7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소비 부진으로 인한 내수 침체까지 겹치면서 올해 1분기 5.3%였던 경제성장률은 2분기 4.7%, 3분기 4.6%로 잇따라 하락했다.

지방정부의 부채 부담 경감은 각 지역에서 부동산 부양 정책을 펼 공간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결정은 중국 내수 침체의 핵심 원인인 부동산 시장을 자극, 소비 진작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란 부장은 "이번 정책으로 2028년 이전,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숨은 부채 총액은 14조3,000억 위안에서 2조3,000억 위안으로 줄어든다"며 "정책적 시너지도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동을 갖고 있는 모습. 오사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동을 갖고 있는 모습. 오사카=AFP 연합뉴스

다만 신중론도 제기된다. 최근 소비 위축세가 매우 완고하다는 점, 지방정부 부채 감경이 부동산 시장의 즉각적 반응을 부를지는 불확실하다는 점 등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이번 결정은 미국 대선 결과 확정 직후에 이뤄졌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기간 동안 "중국에 60%의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며 대대적인 대중 경제 압박을 예고했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이 차후 '트럼프발(發)' 경제 충격파에 미리 대비하려는 포석으로도 해석되는 이유다.

전인대 상무위는 통상 2개월에 한 번씩, 짝수 달에 개최되는 중국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다. 관례대로라면 지난달 말 열렸어야 하지만, 이례적으로 이달 초에 개최됐다. 이 역시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본 뒤, 부양 정책의 구체적 규모를 결정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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