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폭우'뿐 아니라 '화재'에도 취약한 반지하… 이대로 두면 비극 계속된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1일 오후 4시쯤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은 반지하로 내려가는 출입로 위를 덮은 플라스틱 뚜껑을 녹이며 끊임없이 유독가스를 내뿜었다. 화재 발생 약 40분 만에 완전히 진압돼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반지하에 홀로 거주하던 남성 박모(64)씨가 사망했다. 지상층 주민 5명과 달리 박씨만 자력 대피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반지하에서 빠져나오는 길이 쉽지 않아 화를 당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2022년 8월 기록적인 폭우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가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지하가 침수될 경우 얼마나 위험한지 여실히 드러난 참극이었다. 그러나 반지하는 '폭우'뿐 아니라 '화재'에도 취약한 주거 형태다. 탈출로 확보가 어려운 탓이다. 정부·지자체의 반지하 침수 대책과 비교하면 화재 예방 및 대응책은 상대적으로 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11일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지하 거주 가구는 32만7,000가구에 달한다. 반지하는 ①시야 확보가 어렵고 ②방범창이 많아 대피로도 제한적이고 ③베란다가 없고 상대적으로 창문 개수도 적어 유독가스 배출도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화재가 사망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지곤 한다. 올해만 해도 2월과 10월, 경기 부천과 안산에서 다세대주택 화재가 나 반지하 거주자가 숨졌다. 지난해 10월 경기 의정부에서도 화재로 반지하 거주자인 50대 여성과 60대 남성이 함께 사망했다. 모두 지상층 주민들은 자력 대피하거나 구조돼 생존한 반면, 반지하 거주자만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비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주택을 지을 때부터 소화기나 화재경보기, 대피로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지만 취약 공간인 반지하를 대상으로 한 의무 조항은 없다. 예산 문제로 소방기구 지원 정책도 지역에 따라 격차가 크다. 소방청 역시 반지하 관련 별도 화재 대응 매뉴얼이 없고 관련 통계도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반지하 화재 발생 시 탈출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에 따르면, 반지하에서 불이 났을 경우 빨리 대응하려면 ①짐이나 화분 등이 출입구를 막지 않아야 하며 ②사람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창문 크기는 50㎝를 넘어야 하고 ③창문엔 방범창이 없거나 미닫이식 방범창이 설치돼 있어야 하며 ④정전에 대비해 피난 유도선 혹은 비상구 표시가 부착돼 있어야 하는 네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본보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반지하 10곳을 돌아본 결과, 네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곳은 없었다. 대부분의 주택 출입 계단엔 택배 상자 등이 쌓여 있었으며, 창문엔 탈부착이 불가능한 방범창이 견고하게 설치돼 있었다. 심지어 방범창과 물막이판, 창문 가림막이 삼중으로 부착된 주택들도 여럿이었다.
반지하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우선 빠른 경보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탈출이 어려운 만큼 화재를 빠르게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반지하 주택엔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단독 경보형 감지기 설치를 위한 지자체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화재 시 행동요령이나 대피법 등 교육도 필요하다. 한 반지하 거주자 현모(40)씨는 "대피법 같은 건 따로 들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반지하 거주자는 구조적으로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하고 화재 시 대응법도 숙지해 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물막이판의 경우 고정형이 아닌 탈부착형을 사용해야 한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