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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프닝에 울고 웃고…中 바둑 ‘간판스타’ 커제, 화제몰이도 역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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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 두면… 어~ 어~”
“아~ 우려했던 그 상황이…”
안타까운 마음은 바둑TV 생방송 진행자와 해설위원의 잇따른 탄식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9부 능선까지 넘어왔던 승리가 상대방에게 헌납되면서다. 착점과 더불어 마지막 초읽기 종료 직전, 반드시 진행해야 할 초시계 버튼 누르기에 실패한 탓이다. 지난 2일, 중국 쓰촨성에서 신생 세계 메이저 기전으로 열렸던 ‘제1회 난양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25만 싱가포르달러, 약 2억5,500만 원) 대회의 32강전 빅매치인 커제(27) 9단과 박정환(31) 9단 대국 현장 사고다. 한·중 라이벌전 가운데서도 역대급으로 회자될 박 9단의 이번 역전패는 세계 대회에선 처음으로 도입했던 시간누적(피셔) 방식에 더해진 ‘무음 초읽기’(★본보 10월 31일 자 [단독] 신진서도 직격한 ‘난양배’ 세계기전…사상 초유 ‘무음 초읽기’ 논란) 국면에서 나온 허망한 결과였다. 지금까지 일반 대국에선 음성 알림으로 지원됐던 마지막 초읽기 제한시간(10초)이 이번 난양배에선 무음으로 바뀌면서 빚어진 이날 대국은 이렇게 허무한 ‘시간패’로 종국 됐다.
반상(盤上)은 생사 갈림길의 연속이다. 주어진 제한시간 내 실리(집) 확보 여부로 승패를 가리는 만큼, 치열한 전투 또한 필연이다. 이 과정에선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의해 승부가 뒤집힌 경우도 적지 않다. 마지막 초읽기 상황에서 종종 불거진 돌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이런 해프닝 대국엔 중국 바둑계 간판스타인 커제 9단이 잇따라 주·조연으로 등장하면서 이목도 쏠리고 있다.
이번 ‘제1회 난양배’ 32강전에서도 커제 9단은 단연 화제였다. 박 9단과 라이벌전으로 대진 추첨 직후부터 관심을 모았던 이 대국에서 커제 9단은 중반 이후부턴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커제 9단의 161수 착점 이후, 박 9단은 수읽기에만 몰두하면서 무음 초읽기 체크를 놓쳤고 뼈저린 패배의 길로 들어섰다. 커제 9단은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으로 초시계를 가리키면서 심판진에게 확인 요청과 더불어 승리도 확신했다.
커제 9단은 이보다 앞선 9월엔 정반대 입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다. 한·중·일 국가대항전으로 열렸던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5억 원) 3국에서 한국의 김명훈(27) 9단에게 다 이겼던 바둑을 막판 음성 초읽기가 끝난 이후, 착점(168수)하면서 분패한 것. 당시 순간적으로 자책할 때마다 나오는 커제 9단 특유의 강한 셀프 뺨 때리기 동작까지 나왔지만 비디오 판독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던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괴로운 심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커제 9단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복기도 생략한 채 바둑판에 놓인 돌을 빠르게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대국은 커제 9단의 생애 첫 ‘시간패’로 기록됐다.
4년 전, 희대의 대국으로 남겨진 ‘2020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3억 원) 결승 1국에서도 커제 9단은 관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에 인터넷 대국으로 치러졌던 이 결승전에서 맞상대였던 신진서(24) 9단이 결정적인 마우스 클릭 실수를 저지른 것. 초반 중요했던 포석 단계에서 21번째 흑돌을 어이없게도 하변 1선에 놓으면서다. 주최 측의 확인 결과, 신 9단의 마우스가 패드에 걸리면서 발생한 대형 사고로 파악됐다. 허탈하게 1국을 내준 신 9단은 2국까지 패하면서 3번기(3판2선승제) 세계 메이저 기전으로 진행됐던 ‘2020 삼성화재배’ 우승컵도 커제 9단에게 넘겨줬다.
이와 관련, 바둑전문채널인 K바둑의 해설위원인 백홍석(38) 9단은 “중요한 세계 대회에서 나왔던 해프닝 대국마다 공교롭게 커제 9단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었단 사실도 재미있다”라며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바둑팬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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