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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일본 총리, 30년 만의 결선투표로 정권 유지했지만… 가시밭길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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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1일 총리로 재선출돼 일단 정권 유지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집권 자민당 소수 여당 처지가 된 탓에 1994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총리 지명 투표에서 결선투표를 치르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앞으로 야당 협력 없이는 국정 운영이 힘들어진 터라 가시밭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일본 국회는 이날 중·참의원 특별국회를 소집해 이시바 총리를 제103대 총리로 선출했다. 참의원 투표에서는 과반(전체 239석 중 120석)을 득표한 자민당의 이시바 총리(142표 획득)가 무난히 재선출됐다. 그러나 중의원 투표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었고, 결선투표 끝에 이시바 총리가 221표를 얻어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160표)를 누르고 다시 총리 자리에 올랐다.
이번 총리 지명 투표는 지난달 27일 실시된 조기 총선(중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실시됐다. 일본은 총선 이후 30일 안에 특별국회를 소집해 총리 지명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주목할 대목은 결선투표를 통한 총리 선출이 199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이후 무려 30년 만이었다는 점이다. 10·27 총선에서 자민당이 2012년부터 유지해 온 과반 의석(중의원 전체 465석 중 233석) 확보에 실패,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데 따른 결과였다.
결선투표 끝에 총리직을 유지한 이시바 총리는 이후 '2차 이시바 내각'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투표 결과가 보여 주듯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여당(자민·공명당)과 여당 성향 무소속 의원을 합쳐도 221석뿐이라 과반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 12년 만의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정을 운영하게 된 셈이다.
이시바 총리로선 야당 협조 없이는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 정부는 법안의 국회 제출 이전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10월 총선 전까지는 여당 의석이 290석이어서 야당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야당이 합심하면 법안 처리를 무산시킬 수 있게 된 만큼, 야당과의 사전 논의가 반드시 필요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공명당이 1995년 연립정권을 출범시킨 이후, 26년 만에 시련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여당은 야당이 원하는 법안을 가급적 수용해야 할 입장이 됐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총리 재선출을 위해 원내 4당인 국민민주당에 협력을 제안했다. 국민민주당이 총선에서 의석(28석)을 종전보다 4배 늘리며 캐스팅보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국민민주당이 주장해 온 근로소득자 면세 기준을 103만 엔(약 937만 원)에서 178만 엔(1,620만 원)으로 올리는, 이른바 '103만 엔의 벽'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당이 맡아 온 중의원 예산위원장 자리도 30년 만에 제1야당 입헌민주당에 내줬다. 마이니치신문은 "연말 예산안 심의와 '103만 엔의 벽' 문제가 향후 정권 운영의 안정성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국민민주당 대표의 불륜 사실이 폭로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일본 주간지 '스마트플래시'는 다마키 유이치로(55) 국민민주당 대표가 다카마쓰시 관광 대사이자 16세 연하인 여성 탤런트(39)와 불륜 관계를 맺어 왔다고 이날 보도했다. 다마키 대표는 불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다마키 대표는 대표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민민주당 의원들이 총리 지명 투표에서 그에게 투표해 사실상 무효표로 만드는 기존 당 방침도 바꾸지 않았다. 추문이 드러나긴 했으나, 이시바 총리가 결선투표에서 다득표자가 될 수 있도록 우회적 지원을 하며 '킹메이커' 역할을 놓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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