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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제는 '태국댁' 아닌 '배우 신주아'로 불리고 싶어" (인터뷰)

입력
2024.11.12 08:00

'네뷸라'로 돌아온 배우 신주아
"한창 일할 나이에 결혼... 배우 공백기 아쉽기도"
"故 여운계 선생님 그리워... 김영호 선배 조언 큰 힘 됐다"

신주아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이야기들을 전했다. 본인 제공

신주아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이야기들을 전했다. 본인 제공

19년 전 영화 '몽정기2'에서 섹시한 여고생을 연기해 주목받은 배우 신주아는 예능과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SBS '헤이헤이헤이2'에서는 신동엽 김원희 등과 호흡을 맞추며 발랄한 매력을 보여줬고, SBS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불량 커플' '내 인생의 단비' 'MBC '히어로' '오로라 공주' 등의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다.

그러던 중 태국 방콕에 갔다가 지인의 소개로 만난 사업가 라차나쿤과 사랑에 빠져 2014년 결혼했고, 태국에서 신혼을 만끽하며 잠시 연예 활동을 쉬기도 했다. 이후 3년 만에 JTBC '맨투맨'으로 복귀한 신주아는 2022년 tvN '킬힐'에서 쇼호스트로 변신하며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그런 그가 2년 만에 한일합작 숏폼드라마 '네뷸라'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일본과 한국의 소녀들이 K-팝 아이돌 그룹 데뷔를 꿈꾸며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네뷸라'는 일본 OTT 플랫폼 Uext, 아메바 TV 및 숏폼 플랫폼 외 일본 지상파, 추후 한국 케이블 TV 등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신주아는 '네뷸라'에서 업계 마녀로 통하는 대형 기획사 대표 백도희 역을 맡았다.

이제는 '태국댁'이라는 수식어보다 '배우 신주아'로 대중 앞에 서길 원하는 그를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도도해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털털하고 배려심 있는 성격의 신주아는 "연기를 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신주아의 솔직한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 은퇴한 적 없어요!"

"'네뷸라' 연출을 맡은 안성곤 감독님과는 어릴 때 작품 두 개를 같이 했어요. 어느 날 감독님이 '일 다시 할 거니?'라고 물으셔서 '저 은퇴한 적 없어요'라고 했죠. 제게 어울릴만한 역할이 있다고 하시길래 대본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대본을 받고 '저 할래요'라고 했죠. 이번 드라마에는 아이돌 출신인 큐리, 임나영 등이 나오는데 작품 속의 걸그룹이 실제로 음원도 내고 활동을 할 예정이에요. 초신성 출신 박건일이 프로듀서로 나오는데 역할이 딱이죠. 실제로 초신성이 일본에서도 인기가 정말 많았었잖아요."

MZ세대 이야기에 끌렸다

"한일합작 드라마이고 MZ세대들의 얘기를 다뤄서 매력을 느꼈어요. 제가 연기하는 백도희는 엔터 대표인데, 야망이 있는 여자죠. 남자 주인공의 전 여친인데 제 잘못으로 헤어졌지만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사람이에요. 어떻게든 내 마음대로 이기적으로 사랑을 쟁취하려고 하는 역할인데 재밌더라고요. 건일씨랑 호흡을 많이 맞추는데 (남녀 관계의) 현실감 있는 막장 스토리도 살짝 그려지거든요. 이번에 모두 처음 만난 배우들인데 성격이 다들 좋아서 즐겁게 촬영했어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도전

"예전에 저는 도도한 악역을 주로 했던 거 같아요. 배우 역할이나 재벌집 딸 같은 걸 했는데, 엔터 대표는 처음이라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실제로 유명한 여성 대표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들의 입장과 시선에서 배우를 바라볼 때 어떤 느낌일까 생각도 많이 해봤고, 살아보지 않은 인생이니까 재밌게 느껴졌어요. 비주얼적인 고민도 했는데 머리를 자를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죠. 감독님이 자를 필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최대한 연기만 똑 부러지는 인물로 해달라고 하셨어요. 제가 대사가 많았는데 현장에서 너무 잘한다고 박수를 쳐주기도 하셨답니다. 하하."

모범생처럼 연구하는 타입

"전 암기력이 좋아서 대사 실수는 안 해요. 어떤 배우들은 (대본을) 대충 봐야 그때 감정이 나온다는데 전 일단 다 외워야 해요. 상대방 대사까지 다 외우죠. 통으로 외우고 현장에 가야 마음이 편해요. 과거엔 시간이 없고 쪽대본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본이 충분히 (일찍) 나오고 숙지할 시간이 있는데 대사도 못 외우고 오는 사람은 좀 이해가 안되긴 해요. 저는 대본을 열심히 공부하는 범생이 타입이거든요. 신 앞에 톤이나 느낌을 메모를 해둬요. 순서대로 찍지 않으니까 헷갈릴 수 있어서요. 잘못하면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고, 그래도 오랜만에 일을 다시 하는 거니까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보여두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어린 친구들에게 얻는 배움

"이제 나이가 좀 있다 보니 현장에 가도 대부분 저보다 어린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번 작품도 MZ세대를 다뤄서 재밌는 것도 있고, 어린 친구들을 만나서 좋은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배울 건 배우고 나이가 들수록 젊은 매력을 흡수하는 게 필요하더라고요. 주변에 후배들이 있긴 한데 이번에 하는 동생들이 제일 어려요. 세대가 다르니까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여러 관점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재밌더라고요. 생각도 유연해지고요."

신주아가 한일합작드라마 '네뷸라'로 복귀한다. 본인 제공

신주아가 한일합작드라마 '네뷸라'로 복귀한다. 본인 제공


철들지 말라는 선배의 조언

"김영호 선배랑 친한데, 저에게 '너 너무 철들지마'라고 하시더라고요. 왜냐고 물으니 '배우는 너무 철들면 안돼' 하셨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요. 배우로서는 살짝 철이 덜 들어야 자유롭게 표현이 가능하다는 건데 그 말이 와닿았어요. 과거의 저는 좀 맹랑했대요. 하하. 제가 여운계 선생님과도 친했었거든요. 대기실에 가면 온돌방이 두 개 있었는데, 지지는 게 너무 좋아서 '할머니 저랑 같이 방 써요' 하고 다가가서 친해졌어요. 점심을 못 먹는 날은 선배님이 구내식당에서 휴지로 빵을 싸서 갖다주시고 그랬죠. 예전에 '만원의 행복' 프로그램을 했을 때도 '천원의 만찬'을 여운계 선생님께 갖다드렸거든요. 돌아가셨을 때도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나를 갈고 닦았던 시간

"태국에서 향수병이 있을 때 김영호 선배가 '너가 갖고 있는 시간을 외롭다고 생각하지 말고, 너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으로 생각해 봐'라고 조언해 줬어요. 그때부터 종이 사다가 그림도 그려봤고 피아노도 배워보려고 클래식을 듣곤 했죠. 처음부터 쇼팽 녹턴에 꽂혀서 피아노 선생님에게 9-2번을 칠 수 있게 알려달라고 했어요. '오리지널 말고 쉽게 하자'고 하셔서 오리지널 버전으로 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 곡을 열심히 쳐서 외웠죠. 한 곡을 천 번은 쳐야 완벽히 익힐 수 있는 거 같아요. 총 다섯 곡을 칠 줄 아는데 정말 열심히 피아노를 쳤던 기억이 나네요. 하도 많이 치니까 남편이 외울 정도였어요. 그런데 뭘 하더라도 결국은 본업(연기)을 해야 얻는 성취감이 큰 것 같아요. 찍고나서의 희열감이 있잖아요."

'긍정의 힘'을 익히다

"제가 영화 '몽정기2'로 데뷔했는데 그때 22살이었어요. 중국 진출 제의가 와서 고민하던 중 방콕에 가서 남편을 만나게 됐죠. 일을 해야 하는데 결혼을 한 거에요. 결혼으로 인한 공백에는 아쉬움이 있긴 해요. 그만큼 좋았기 때문에 한 선택이라 (결혼에) 후회는 없지만요. 국제결혼은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해외에 살고 하다 보니까 성격이 확실히 바뀐 건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 하나 잘못하면 '왜 그랬어? 하지 말지' 하는데 거기는 '다음에 안 그러면 되지' 해요. 저도 한국에선 예민하고 까칠했는데 해외에 사니까 마인드가 달라지더라고요. 남편은 어떤 일이 생겨도 '괜찮아. 다 지나갈 거야'라고 해요. 처음엔 신기했는데 저도 그렇게 변해서 느긋해지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됐어요. 다만 결혼을 하고서 뭘 해도 '태국댁'으로 불리는 게 조금 부담스럽더라고요. 남편 입장에서도 저로 인한 수식어가 생기는 게 좀 그렇고요. 배우 신주아로 더 많이 기억해 주시면 좋겠어요."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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