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페이커' 이상혁 "실패 하나하나가 날 만들어" 첫 대중 연설

입력
2024.11.20 14:56
수정
2024.11.20 15:04
구독

외교부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 행사서
슬럼프 7년 극복 과정 전하며 도전 정신 장려

프로게이머 이상혁이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외교부 주최로 열린 '2024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프로게이머 이상혁이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외교부 주최로 열린 '2024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실패 하나하나가 모여 저를 만들었고, 실패가 작은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열정을 가지세요."

세계적인 e스포츠 대회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의 황제로 통하는 프로게이머 이상혁(활동명 '페이커'·28)이 또래 청년들에게 자신의 실패 경험담을 전했다. 20일 외교부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4년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도전 정신을 강조하면서다. 대중 앞에서의 첫 연설이었다. 이상혁은 준비된 원고 없이 연단에 올라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상혁은 소속팀(T1)과 함께 '롤드컵' 역사상 최초로 통산 5회 우승의 역사를 쓴 전설적인 선수다. 2013년 프로로 데뷔한 해부터 우승컵을 들어 올린 그는 2016년까지 세 번이나 우승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프로게이머를 할 운명이었나 보다"라며 자신감이 넘쳤다고 한다.

그러다 슬럼프가 찾아왔다. 지난해 다시 우승하기까지 7년이나 걸렸다. "항상 이겨야만 하고, 1등이 되어야 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가혹한 시간이었다. 이상혁은 "실패의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며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과 실패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실패를 극복하는 경험 자체가 큰 배움이었고, 다음 경기에 임하는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상혁이 7년의 슬럼프 끝에 지난해 11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2023' 결승전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제공

이상혁이 7년의 슬럼프 끝에 지난해 11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2023' 결승전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제공

이상혁은 10년 넘게 활동 중인 프로게이머로서의 소회도 밝혔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없었는데, 이런 자리에서 연설할 수 있는 것에 놀랍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의 그 도전 정신이 지금의 제가 있게 만들어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본인 가치관이 항상 옳단 생각 버려야"

이상혁에게 열정과 도전 정신만큼 중요한 가치는 겸손이었다. 그는 "배움과 성장에서 핵심적인 것 중 하나가 겸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부족한 점을 타인을 통해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것 자체가 겸손"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 만연하는 혐오와 갈등 문제에 대한 생각도 드러냈다. 이상혁은 "본인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 시대적으로 항상 옳을 수가 없는 건데, 어떻게 그렇게 단언하는지 조금 안타깝다"며 "본인이 가진 것들이 항상 옳지는 않고 정답은 아니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재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