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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측근 김대기, 급 높인 中 다이빙... 뒤늦게 대사 퍼즐 맞춘 한중관계[문지방]

입력
2024.11.23 11:00
수정
2024.11.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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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대사엔 '대통령 최측근' 김대기 전 비서실장
주한대사엔 급 높인 다이빙 주유엔중국부대표
시진핑 방한 100% 확실시 내년 APEC 앞두고
한중 FTA 10주년 등 '관계개선 원년' 될 2025년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김대기 전 비서실장이 2023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김대기 전 비서실장이 2023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중국을 원래부터 워낙 좋아했어요."

김대기 주중한국대사 내정자

주중한국대사로 내정된 김대기(68)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중국 차(茶)' 마니아로 유명합니다. 그의 차 사랑은 자연히 중국 역사와 문화로 이어졌습니다. 2013년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끝으로 공직 퇴임 후 2022년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복귀하기 전, 그는 숱하게 중국을 여행다녔다고 합니다. 김 내정자는 2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정교사를 두고 중국어를 '열공'했다"며 "이제는 웬만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중국 정부의 아그레망(외교 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 절차가 끝나면, 그는 윤석열 정부의 '한중관계 개선의 첨병'을 맡아 중국으로 향합니다.

최근 한중 양국 사이에는 그야말로 '훈풍'이 돕니다. 불과 1년 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당초 예상과 달리 조우에 그치면서 냉랭한 분위기였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윤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정식 회담을 가졌고 상호 방한과 방중을 초청하기도 했죠.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리창 총리 참석)를 계기로 고위급부터 1.5트랙, 민간 레벨까지 다양한 채널로 양국 간 대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중국은 지난달 전례 없는 '한국인 무비자 조치'를 깜짝 발표하며 우리에게 선물을 안겼죠.

대통령 최측근 주중대사 카드를 보는 기대와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김대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고영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김대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고영권 기자

양국 관계의 중심축은 대사입니다. 현재 베이징에는 윤 대통령의 고등학교 친구인 정재호 대사가 나가있지만 안팎의 반응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지난 7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교체되면서 우리도 뭔가 다른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가 먼저 중국에 신호를 보냈습니다. 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이자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전 실장을 중국 대사로 지명한 겁니다. 정부 최고위직을 거친 인사를 외교 사절로 보냄으로써, 중국의 면을 세워준 셈이지요. 비서실장 출신이 주중대사로 지명된 것은 이명박 정부 당시 류우익 전 대사가 유일합니다. 중량감 높은 인사 지명에 중국 언론에서도 "윤 대통령 의사 결정 그룹의 핵심 멤버로 경제·무역 분야에서 과거 중국과 실용적 교류 경험이 있어 중국과 관계 개선에 있어 전임자보다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비판이 불거졌습니다. 개국공신을 챙기는 '회전문 인사'라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한중 관계의 최대 현안은 북한 문제 등 한반도 정세입니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 내정자는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 북한군 러시아 파병 등 산적한 대북 이슈를 푸는 외교적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그간 류우익·장하성·노영민·김장수 등 중국 대사를 역임한 당시 정권 실세들이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 있어서도 우려를 더합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22일 "대통령 측근이라고 온 주중대사들이 천안함 피격,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한중 관계 변곡점이라고 할 만한 일들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며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회의를 계기로 김 내정자는 중국 외교당국과 자주 접촉하고 만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급 맞나? 급 높나? 다이빙 주한대사 내정자를 보는 시선

다이빙 주유엔 중국 부대사. 바이두 캡처

다이빙 주유엔 중국 부대사. 바이두 캡처

우리 정부가 보인 성의에 중국도 신임 대사 지명으로 화답했습니다. 지난 13일 한국 외교가에는 중국이 주한중국대사에 다이빙(戴兵·57) 주유엔중국부대표를 내정했다는 소식이 퍼졌습니다. '외교 결례' 논란을 빚은 전임 싱하이밍 대사가 귀임한 이후 대사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둔 지 4개월 만의 일입니다.

'급'의 측면에서 파격은 아니지만 한국을 다소 예우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국은 그간 주한대사로 '부국장급'이나 '국장급'을 파견했습니다. 다이 부대표는 2020년까지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사장(국장)을 지냈고, 이후 유엔부대표로 옮겼습니다. 중국은 주유엔중국대표에 부부장급(차관급)을 보내고, 부대표로는 부장조리(차관보급)를 달지 못한 국장급을 보내기에, 표면적으로는 국장급입니다. 다만 다이 부대표가 7년 전 본부에서 국장을 달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교가는 대체로 '차관보와 국장급' 사이 인사라 평가하는 듯합니다. 싱 전 대사가 국장을 달지 않고 부임한 것을 감안하면 과거보다는 격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요. 중국이 일본에 보낸 우장하오 주일중국대사는 차관보급입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지난 7월 본국 귀환을 앞두고 외교부 장관에게 이임 인사를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지난 7월 본국 귀환을 앞두고 외교부 장관에게 이임 인사를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에는 부부장 대사를 보내는 것과 비교하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왕야쥔 주북중국대사는 차관급입니다.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리창 총리 참석) 이후 한중 고위급 대화가 재개되는 등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탄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과 중국은 '조중동맹조약'을 맺은 동맹 관계입니다. 갑작스럽게 기존 관례를 깨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웠을 듯합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반발하지 않는 선에서 한국에도 신경을 쓴 모양새"라는 평이 대체적입니다.

다이 내정자는 30년 외교관 인생의 대부분을 아프리카 관련 부서에서 일한 '아프리카통'입니다. '한반도통'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한국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중량감에 더해 '한반도통'이라는 조건 모두를 만족하는 인물을 찾는 데 애를 먹은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한반도통'이라는 것이 꼭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인 '한반도통' 천하이 주중에티오피아대사는 한때 유력한 중국대사 후보로 꼽혔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사드 배치와 관련해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느냐"는 망언을 내놓기도 했죠. 이런 인물을 우회해 결국 중국이 다이 부대표를 낙점한 것은, 그만큼 중국이 한국을 관리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주 교수는 "오히려 한국에 대해 잘 몰라서 편견 없이 한국을 공정하게 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기에 이런 부분을 외교적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긍정적으로 풀이했습니다.

APEC 방한, 한중 FTA 10년...2025년 '한중 관계 원년' 될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리마 델피네스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리마=왕태석 선임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리마 델피네스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리마=왕태석 선임기자

부임 후 다이 부대표의 가장 큰 임무는 내년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한국과의 상호 조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한국에 이어 중국이 2026년 APEC 의장국을 맡으면서, 내년 시 주석의 방한은 기정사실화된 상황입니다. 관례적으로 당해 의장국 수반이 차기 의장국 수반에게 의장국 지위를 넘겨주기 때문입니다. 또, 중국으로서도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내년 한국을 다자외교의 무대로 활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엔 부대표를 지낸 다자외교 전문가를 차기 중국대사로 낙점한 것에도 이 같은 수가 모두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주한중국대사관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습니다. 대사관의 공보활동을 위해 외교 담당 기자들을 상대로 개설된 오픈카톡방은 싱 전 대사 이임 즈음인 지난 7월 8일 이후 멈춰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4일, 오픈카톡방을 재단장해 열면서 공보활동을 재개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 다이 부대표 내정 소식이 알려집니다.

주한 중국대사관 건물. 한국일보 자료사진

주한 중국대사관 건물.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5년은 여러 측면에서 '한중관계 개선'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다이 부대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아그레망이 진행되면 중국은 12월 개최 예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임명을 결정합니다. 중국은 김대기 내정자에 대한 아그레망도 이와 어느 정도 타이밍을 맞출 공산이 큽니다. 새해가 되면 신임 주중한국대사와 주한중국대사는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게 되는 겁니다.

때마침 윤 대통령도 얼마 전 외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게다가 내년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양국 정상은 서비스 투자 협상을 가속화해 상호 대외 개방의 문을 더욱 넓히자고 뜻을 모았죠.

그간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협력을 중심으로 외교를 펼쳤습니다. 상대적으로 중국과는 소원했습니다. 하지만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접점을 점점 넓힐 수밖에 없는 2025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중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 선봉으로 나선 두 신임 대사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시점입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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