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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히잡 거부' 속옷 시위 여성 "정신 치료 후 집에 보냈다"

입력
2024.11.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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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앓고 있어 가족에게 인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
히잡 거부를 '정신질환' 낙인

히잡 단속에 항의하며 속옷 차림으로 걸어다니는 이란 여자 대학생. X캡처

히잡 단속에 항의하며 속옷 차림으로 걸어다니는 이란 여자 대학생. X캡처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 복장 규정에 대한 항의 뜻으로 속옷 차림으로 시위를 벌인 대학생이 법적 조치는 면했다.

2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는 19일 테헤란의 한 대학에서 속옷만 입고 활보한 여학생에 대해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사법부 대변인 아스가르 자한기르는 기자회견에서 "해당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그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가족에게 인계됐다"며 "그에 대한 법적 소송은 제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테헤란 소재 이슬람아자드대학교 이과대학 캠퍼스 내에서 한 여성이 브래지어와 팬티만을 입은 채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학교 직원들의 제지를 받은 후 도덕 경찰에 의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도덕 경찰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을 공격하고 옷을 찢었으며, 그는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속옷만 입고 광장에 서 있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 이란 지부는 "이란 당국은 폭력적으로 체포된 대학생을 무조건 바로 풀어줘야 한다"며 "석방 전까지 당국은 그를 고문하거나 학대하지 말아야 하고 가족 및 변호사와 접촉하는 것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논란이 일자 이란 정부 대변인인 파테메 모하제라니는 체포 과정이 폭력적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대학을 감독하는 과학부 장관 호세인 시마에이는 "해당 학생의 행동은 부도덕하고 관습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대학에서 퇴학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란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의무적으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2022년 9월에는 쿠르드족 여성 이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됐다가 구금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미니 사망 이후 이란에서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최근 이란 당국은 여성들의 복장 규제에 대한 저항을 '정신질환'으로 낙인찍으며 탄압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란인터내셔널과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란 정부가 테헤란에 '히잡 미착용 중단 클리닉'이란 명칭의 전담 치료시설까지 설립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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