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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형마트·편의점에 치였던 SSM의 진화…별미 차려 놓고 킹크랩까지

입력
2024.11.22 08: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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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슈퍼, 식료품 전문 매장 오픈
그랑그로서리 성공, 슈퍼에 심어
"대형마트처럼 SSM도 먹거리 집중"

롯데슈퍼가 21일 새로 문을 연 '그랑그로서리 도곡점'에서 직원들이 초밥을 만드는 모습. 박경담 기자

롯데슈퍼가 21일 새로 문을 연 '그랑그로서리 도곡점'에서 직원들이 초밥을 만드는 모습. 박경담 기자


21일 오전 10시에 찾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롯데슈퍼 도곡점은 슈퍼마켓 형태인 일반 기업형슈퍼마켓(SSM)과 다르게 대형마트를 규모만 줄여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한 끼 식사로 충분한 간편 먹거리를 판매하는 델리 코너가 눈에 띄었다. 가로, 세로 각각 2m, 50cm 정도 돼 보이는 정사각형 모양의 진열대 가운데에선 직원 세 명이 초밥을 연신 쥐고 있었다.

이들이 즉석에서 만든 광어, 연어 초밥은 소비자가 바로 살 수 있게 매대에 깔렸다. 초밥 옆으론 편의점 최고 인기 상품인 삼각김밥, 샌드위치가 있고 반대쪽엔 대형마트에서 팔 법한 치킨, 닭강정, 각종 튀김 요리가 팔리길 기다렸다. 반찬류를 판매하는 다른 정사각형 진열대에선 나시고랭, 월남쌈 등 별미도 함께 놓였다.

이날 롯데슈퍼가 새 단장하고 문을 연 이 점포는 '그랑그로서리' 모델을 따르고 있다. 롯데마트는 2023년 말 서울 은평점에 식료품 비중을 90%까지 높인 먹거리 특화 매장 그랑그로서리를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 마트, 슈퍼 사업을 같이 하고 있는 롯데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슈퍼판 그랑그로서리'를 도곡점에 꾸몄다.

식료품 전문점에 걸맞게 이 점포는 200종의 먹거리를 갖췄다. 이 중 70종은 초밥처럼 매장 내에서 직접 조리해 판매한다. 전체 먹거리는 델리를 운영하는 롯데슈퍼 직영점과 비교하면 30% 이상 많은 수준이다. 롯데슈퍼는 직영점 204개 중 114개에서 델리 코너를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GS도, 변화하는 SSM


롯데슈퍼가 21일 새로 문을 연 '그랑그로서리 도곡점'의 델리 코너에서 고객들이 먹거리를 사고 있다. 롯데슈퍼 제공

롯데슈퍼가 21일 새로 문을 연 '그랑그로서리 도곡점'의 델리 코너에서 고객들이 먹거리를 사고 있다. 롯데슈퍼 제공


도곡점은 다른 식료품도 기존 SSM과 비교해 다양하다. 수산물 코너에선 대형마트 점포에서 볼 수 있는 킹크랩 수조를 들였다. 또 매장에서 직접 손질한 해산물을 담은 매운탕 밀키트도 내놓았다. 이전부터 도곡점을 이용했다는 한 주부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게 많아져 더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SSM은 편의점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대형마트보단 상품 수·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뒤처져 어중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자 SSM은 거꾸로 대형마트만큼 싸고 다양한 상품을 팔면서 편의점처럼 집에서 가깝다는 역발상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외식 물가 상승은 SSM이 지닌 장점을 극대화했다. 도곡점이 식료품 전문 매장으로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런 SSM의 진화는 롯데슈퍼는 물론 이마트에브리데이, GS더프레시 등 업계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올해 7월 이마트와 합병한 이후 통합 매입을 통해 다양한 신선식품을 조달한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보다 신선한 식품을 SSM 진열대에서도 갖출 수 있게 됐다. GS더프레시는 상품을 즉시 배송해주는 퀵커머스를 도입해 편리한 장보기를 돕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 외식 물가 상승으로 집밥 수요가 커지면서 한 끼 먹거리를 소량 구매하려고 슈퍼를 들르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며 "대형마트처럼 SSM도 먹거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가 21일 '그랑그로서리 도곡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박경담 기자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가 21일 '그랑그로서리 도곡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박경담 기자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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