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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우크라 '무기 지원' 딜레마… 재건사업이냐, 트럼프와 공조냐

입력
2024.11.27 14:15
수정
2024.11.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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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우크라이나 특사단을 예방한다. 이 자리에서 특사단은 윤 대통령에게 155㎜ 포탄 및 방공시스템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된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 입장을 밝혀온 윤 대통령으로선 '딜레마' 상황에 빠졌다.

재건사업 참여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이후 상황을 고려하면 군사지원 요구를 저버릴 수 없다. 그러나 '전쟁 조기 종식'을 공언하는 트럼프 2기 정부의 기조와 달라 대미관계의 부담이 크다. 러시아는 최근 한국의 무기지원을 차단하려 노골적인 언사로 협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특사단과 만난다. 특사단은 방한에 앞서 정부에 155㎜ 포탄 등 포와 방공시스템 전력 등 지원을 요구했고, 이 자리에선 윤 대통령에게 직접 지원을 호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무기 요청은) 우리 대표가 방한할 때 이루어질 예정"이라며 "우리는 정말로 도움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인도적 지원, 재건 사업 참여 의지를 밝히면서도 무기 지원에 대해선 신중했다. 지난해 5월 젤렌스키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방한해 직접 비살상 무기를 요청한 것과 관련 "러시아 군이 키이우에서 퇴각하면서 많은 지뢰를 매설해 민간인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뢰제거 장비와 의료용 구급차를 요청했다"며 "그 부분을 우선 검토해 신속하게 지원할 생각"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같은 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비살상 무기 요청 목록을 전달받았지만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기존 기조를 고수했다. 두 달 뒤 윤 대통령은 비밀리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방탄복, 헬멧 등 군수물자 지원 및 재건 지원 등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후 윤 대통령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더 유연하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뉘앙스가 달라졌다. 이달 7일 기자회견에서는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지원 방식을 바꿔 나갈 것", "무기 지원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이전에 비해 한층 전향적인 메시지를 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측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막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대폭 늘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당선자는 미 대선 과정에서부터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조기 종식 기조를 밝혀 오고 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기조를 무시할 수 없고, (트럼프 2기 정부와) 정확한 교감이 없이 정부가 움직이기엔 조심스러운 입장일 것"이라며 "또 섣불리 움직였다가 북한에 파병 정당성과 명분을 주는 등 전략적 우위를 제공할 가능성 있어 고심은 커질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난 2년 동안 윤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해 왔고, '제2의 마셜플랜'에 비견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 등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의 직접적인 지원 요청을 마냥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현빈 기자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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