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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칼질해 정부에 타격"... 민주당의 '감액 수정안' 배수진

입력
2024.11.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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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넘기면 '원안' 부의… "끌려다닐 수 없어"
'감액'만 반영한 수정안 제출도 불사
기한 넘기면 원내지도부 '밀실협상' 반복

박정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8차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박정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8차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법이 정한 내년도 예산 심사기한(30일)을 앞두고 극약처방을 꺼냈다.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액 수정안'으로 배수진을 쳤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을 관철하지 못하더라도 정부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게 먼저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감액용 반쪽 수정안 검토… 특활비 등 타깃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예산심사가 지연될 경우 29일 예결위를 열고 자체 수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법상 30일까지 예산안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자동 부의된다. 그랬다간 여당에 끌려다닐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25일 기자들과 만나 “막연하게 합의를 전제로 해서 기일을 미뤘다가 결국 합의가 안 되면 정부 원안이 올라온다”며 ‘기일 준수’를 강조했다.

통상 자체 수정안은 예산안 처리 시한이 임박했을 때 야당이 꺼내 드는 압박용 카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감액'만 가능하고 야당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 관련 예산이나 의원들의 지역구 관련 예산은 '증액'할 수 없는 ‘반쪽’ 수정안이다. 자연히 야당 의원들도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헌법상 국회가 각 항목별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올해는 유독 야당의 압박이 세다. 예산 증액 없이 감액 심사로 끝날 경우 결과적으로 정부가 입을 타격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상임위 단계에서 이미 대폭 삭감한 검찰 특별활동비, 대통령 비서실 예산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복구를 요청했지만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해 ‘보류’ 상태로 남겨뒀다. 야당이 단독 수정안을 내면 이 같은 항목은 삭감된 그대로 내년 예산에 반영될 공산이 크다.

지역화폐나 고교무상교육 등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추진하는 이재명표 예산은 정부 예산에 빠져있어 증액이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이들 예산을 미루더라도 전반적인 예산 감액의 책임을 정부 여당에 떠넘겨 정치적으로는 이득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총선 직전 편성된 올해 예산과 달리 내년에는 전국단위 선거가 없어 지역구 예산에 대한 부담이 예년보다 상대적으로 덜하다.

다만 이 같은 민주당의 수정안이 막판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자당의 주요사업 예산을 증액하지 않으면 다수 의석의 힘으로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엄포"라며 "민생 예산이 정치적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심사 기한' 넘기면 공은 예결위→원내 지도부

심사 기한이 임박하면서 예결위 심사는 사실상 ‘소소위’를 병행하고 있다. 26일부터 증액 심사가 시작됐는데, 앞서 진행된 감액 심사에서 보류 결정된 예산은 조정소위와 별개로 여야 예결위 간사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간사 협의는 회의록에 근거가 남지 않아 ‘밀실’ 심사로 꼽힌다. 논란을 의식해 여야는 일단 "정리된 결과물을 예결위 소위에 다시 보고하고 기록에 남기는 과정을 밟겠다"는 입장이다.

심사 이후 내달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국회 예결위가 아닌 양당 원내지도부 소관으로 넘어간다. 이 경우 양당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로 구성돤 ‘2+2 협의체’가 주요 협상 창구가 된다. 소소위와 마찬가지로 기록에 남지 않는 비공식 창구다. 감사원은 전날 공개한 ‘국고보조금 편성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회 증액 요구사업은 예결위 위원장, 여당과 야당의 예결위 간사와 기재부 예산실장 등 소수만 참여하는 비공식 협의체에서 논의가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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