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탄핵 시 직무대행' 조은석 감사위원 후임에 백재명 검사

조 위원, 내년 1월 17일로 임기 만료
후임에 윤석열 정부 인사 임명 제청
의사결정 구조 4 대 2 '현 정부 우위' 될 듯

백재명 신임 감사위원. 감사원 제공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의 탄핵 소추안 표결이 예고된 가운데, 내년 1월 17일에 퇴임하는 조은석 감사위원 후임으로 백재명 서울고검 검사가 임명됐다. 최 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 가결 시 직무대행을 맡게 될 조 위원 후임을 윤석열 정부 인사로 채우면서, 내년 1월 18일부터 감사위원 6명 중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위원은 2명(김인회·이남구),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감사위원은 4명(이미현·김영신·유병호·백재명)이 될 예정이다.

감사원은 3일 “최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백 검사를 임명 제청해 내년 1월 18일 자 임명을 재가받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원장 탄핵 소추 의결 시 권한대행의 제청권 행사 논란 등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때까지 상당 기간 감사위원 공백에 따른 정상적인 감사위원회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임명 제청 배경을 밝혔다.

백 위원 제청자는 1997년 검사(사법연수원 26기)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27년간 대검찰청 공안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백 위원 제청자에 대해 감사원은 “공공의 안전을 수호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와 함께 훌륭한 인품으로 검찰 선·후배들로부터 많은 신망을 받아왔다”며 “풍부한 수사 경험과 법률적 식견, 사회 정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신념을 바탕으로 감사위원직을 엄정하게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이 이날 백 위원 제청자에 대한 임명 제청을 서두른 건 이튿날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최 원장 탄핵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민주당 주도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최 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최 원장 직무가 정지되면 감사원법에 따라 재직 기간이 긴 감사위원 순으로 원장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조 감사위원이 임기 만료일인 내년 1월 17일까지 권한대행을 맡고, 이후 김인회 위원(내년 12월 5일 임기 만료)이 이어받는다. 이날 최 원장의 후임 임명 제청으로 내년 1월 17일까지 감사위원회 의결 구도가 문재인 정부 임명 인사와 윤석열 정부 임명 인사 간 3 대 3 대립 구도를 형성하다가 18일부터는 4 대 2의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최 원장 탄핵 이후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 훼손 가속화를 우려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10년대 이후 여야의 강대강, 극대극 대립이 심화되면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전 정권을 겨냥하는 경향이 짙어진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고 쌓이면서 편파 감사 의혹으로 이어진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소추 결과와 별개로) 감사원 내부 인식이나 행태 등을 돌아보고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