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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룬 '6시간 계엄' SNS로 생생히 중계… 분노했지만 차분히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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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손아름(24)씨는 대학생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언급했다는 게시글을 접하고 두 눈을 의심했다. 역사 교과서에서나 보던 단어라 쉽게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이뤄진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의 과정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속속들이 전해졌다. 손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사 유튜브를 보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새벽 3시까지 꼬박 깨어 있었다"며 "각종 사진과 영상을 보며 처음엔 불안감이 커지다가 점차 내 눈으로 하나하나 확인하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밤중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국회 의결을 거쳐 여섯 시간 만에 일단락됐다. 마지막으로 비상계엄령이 내려진 45년 전과 달리 SNS 등 다양한 미디어로 연결된 '초연결 시대'인 만큼 관련 소식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대형 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충혈된 눈으로 밤늦게까지 사태를 면밀히 지켜봤다.
3일 밤 10시 20분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브리핑을 열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X(엑스·옛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언론사가 속보를 내기도 전부터 대중들에게 급속도로 번졌다. 회사원 이모(27)씨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에서 친구들이 SNS 게시글을 공유해줘 처음 알게 됐다"고 전했다.
계엄군을 태운 헬기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 상륙한 뒤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모습도 방송사 유튜브를 통해 생생히 전파를 탔다. 구독자가 108만 명에 달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유명 정치인들도 '유튜브 라이브'를 켠 채 국회로 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계엄령 해제를 의결하는 본회의를 유튜브로 실시간 송출했다. '계엄령 선포→계엄군 행동 개시→국회 해제'까지 극적인 서사를 시민들이 다함께 공유한 것이다. 영상을 확인하던 일부 시민은 직접 군 투입을 막고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돕기 위해 여의도로 향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이번 사태를 '한밤의 정치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계엄 관련 가짜 뉴스들도 시민들이 직접 바로잡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SNS 등엔 한때 한 방송사의 중계 화면 아래 '11시 이후 통행시 불시검문·체포'라는 자막이 띄워져 있는 사진이나 서울지하철 2호선 사당역 인근을 지나는 장갑차 사진이 떠돌았다. 그러나 '팩트체커'를 자처한 눈밝은 누리꾼들 덕분에 전자는 합성 사진이고, 후자는 과거 군의 심야 훈련 사진이라는 점이 곧 밝혀졌다. 1970년대 계엄 선포 당시 정권의 시나리오를 언론이 일방적으로 수용해 전달했던 때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회사원 김모(26)씨는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합성물) 등 하도 '진짜 같은 가짜'가 많다보니 이럴 땐 오히려 더 많이 의심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2024년에 민주국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졌지만 시민들이 비교적 차근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고도화된 미디어 환경 영향이란 분석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정보의 유일한 통로가 언론사였던 때는 계엄을 선포하는 쪽에서 언론을 1차적으로 옥죄면 시민 입장에선 사안에 대해 알 길이 없었다"면서 "지금처럼 풍부한 정보가 공개되면 '국회에서 마무리되겠구나'라는 걸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어 큰 혼란이 없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언론학자 출신인 최경진 언론인권센터 명예이사장 역시 "과거엔 '말길(언로)'을 막기 쉬웠지만 지금은 시민 누구나 어떤 정보든 공개할 수 있는 세상이라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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