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부결로 정치 혼란이 계속되면서 한국 경제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어제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폭락해 2,400선이 붕괴되고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증시 시가총액은 이미 대만에 비해 1조 달러가량 뒤졌는데, 탄핵 부결로 더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1,440원 목전까지 올랐다. 불법 계엄 이후 4∼6일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약 1조 원을 순매도한 여파다. 로이터통신은 “1,445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으며, 원화 가치는 2009년 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약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충격을 이겨내기에 한국 경제는 너무 허약한 상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12월 경제동향’을 발표하면서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던 수출마저 부진한 조짐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소매판매 지수가 10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내수 침체도 이미 최악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현재는 과거 탄핵 국면을 맞았던 2006년, 2016년과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2006년과 2016년엔 중국 경제 호황과 반도체 업황 개선이 경제 피해를 상쇄했지만, 지금은 무역도 불확실성이 크다.
급기야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무디스와 피치 2곳이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신용 하방 압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포브스는 “한국 정부가 경제 위기에 신속히 대응할 전망은 사실상 사라졌고, 그 대가는 국민이 장시간에 걸쳐 치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불법 계엄으로 온 국민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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