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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감독 "현빈 캐스팅, 거절해도 계속 시도했을 것" [인터뷰]

입력
2024.12.22 12:32

'하얼빈'으로 돌아온 우민호 감독
"'하얼빈' 촬영 중 대폭설… 가짜 눈 안 썼다"

우민호 감독이 '하얼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CJ ENM 제공

우민호 감독이 '하얼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CJ ENM 제공

'하얼빈'은 10년이 걸리든, 100년이 걸리든 앞으로 나아가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우민호 감독에게도 같은 마음가짐이 있다. 그는 배우 현빈이 캐스팅을 거절해도 '될 때까지' 시도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9일 우민호 감독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영화 '하얼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우 감독은 처음 '하얼빈'의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거절했다. 그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다룰 용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감독이 정해졌는지 물었다. 아직이라고 하더라. 안 정해진 게 아니라 많은 감독들이 거절했을 거다. 사실 잘해야 본전이지 않나. 그래서 '그 대본을 읽어볼 수 있겠냐'고 했다. 대본을 읽고 놀랐다"고 했다. 우 감독이 접한 대본은 순수 오락 영화의 형태였다. 우 감독은 "'안중근 장군 얘기인데 오락 영화?' 싶었다. (관계자들이) 이 영화를 묵직하게 만드는 데 동의한다면 (연출을) 하겠다고 말했다. 동의를 받아 시작하게 됐다"고 알렸다.

안중근 의사 역으로는 현빈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단다. 눈빛 때문이었다. 우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 안중근과는 다른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고단하고 고뇌에 차 있고, 두려움도 있지 않았을까. 가족들은 조국에 남겨져 있고, 자신이 실패한다면 많은 동지가 죽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현빈 배우에게 부드럽고 때로는 처연하고 쓸쓸하며 강한 결기가 느껴지는 눈빛이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현빈에게 출연 제안을 거절당했단다. 우 감독은 "안중근 장군이 '될 때까지 하라'고 하지 않았나. 그 말씀이 와 닿아 될 때까지 했다. 삼고초려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 그런데 아마 될 때까지 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빈에게) 거절하면 1년 뒤에 또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 거다. 나도 생활은 해야 하니 다른 작품을 하다 또 '같이 하자'고 하지 않았을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우민호 감독이 '하얼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CJ ENM 제공

우민호 감독이 '하얼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CJ ENM 제공

아름다운 자연은 '하얼빈'의 볼거리 중 하나다. 우 감독은 "광주에서 촬영을 했는데 50년 만 대폭설이 왔다. 원래는 우리 영화에 눈 설정이 하나도 없었다. '하얼빈'에 나오는 눈은 모두 진짜다. 가짜 눈을 쓴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눈이 내리니까 자연이 너무 아름답더라. 그런데 아름다운 국토가 당시 유린당했다는 사실에 통쾌하게 찍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전쟁은 이 땅에 사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이 나면 아름다운 자연이 훼손당하고 식물, 동물이 다친다.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그의 이야기에서는 소신이 묻어났다.

작품에는 정우성이 특별출연했다. 그는 최근 사생활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우 감독은 "(논란이 터졌을 때는) 이미 편집이 끝난 상태였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대중이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고 했다. 일본 배우 릴리 프랭키는 이토 히로부미를 연기했다. 우 감독은 릴리 프랭키에 대해 "선뜻 출연하겠다고 했다. 대본이 마음에 든다더라. (내가 연출한)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 팬이라고 했다. 어제도 나와 함께 삼계탕을 먹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얼빈'은 저격 장면 표현 방식도 특별하다. 우 감독은 "안중근에 대한 작품은 대부분 (저격 장면에서 배우들의) 얼굴과 얼굴을 담아내지 않았나. 난 그 순간을 먼곳에서 바라보게 연출하고 싶었다. 먼저 간 동지들의 시선에서 찍고 싶더라. 그 일을 하기까지 수많은 동지가 희생당하지 않았나. 하늘에 있는 동지들의 시점으로 짚고 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얼빈'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길 바란다. 우 감독은 "스태프들과 '이 영화는 잘 찍어도, 못 찍어도 삼일절과 광복절에 계속 (TV에) 나올 테니 잘 찍자'고 말했다. 못 찍은 영화를 보는 것만큼 감독으로서 힘든 일이 없다. 이 작품은 잘 만든 영화이길 바랐다"고 밝혔다. 이 영화가 대중에게는 힘과 위로를 선사하길 바란단다. 우 감독의 소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하얼빈'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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