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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단순 '인재' 아냐... 우리는 이미 재난 공동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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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도, 가습기살균제 참사도 시스템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이 더 주요했습니다. 재난을 천재지변이냐 인간이 만든 것이냐에 따라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의 이분법으로 나눠서는 우리 사회를 강타한 재난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과학기술학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인 홍성욱(63)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에 따르면, 2014년 세월호 참사는 인간의 과오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기술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재난, '기술재난'이다.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만 구분하는 현행법상으로는 둘에 걸쳐 있는 기술재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홍 교수의 주장이다.
그가 20세기 후반 이후 발생한 재난을 기술재난으로 분석한 '우리는 재난을 모른다'를 펴냈다. 최근 만난 그는 "기술사회에서 재난은 항상 일어난다"며 "하지만 우리는 아직 기술재난을 충분히 통제하지도, 만족스럽게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책에서 사례를 통해 기술재난의 특징과 문제를 하나씩 짚는다. 유사한 재난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자연재난과 달리 기술재난이 발생하면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지진이나 화재 등 자연재난의 경우 복구 과정에서 공동체가 결속을 다지는 반면, 기술재난은 오히려 분열되기 쉽다. 재난의 원인을 하나로 규정하지 못하는 탓에 음모론이 횡행하거나 책임자 처벌에만 매달리게 되면서 재난 발생 원인 파악과 멀어진다.
책임자들은 구조적 문제를 면피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선원들은 안전 교육을 받은 적 없다고 항변했고, 해경 역시 대형 선박 조난 시 승객 구조 훈련을 받은 적 없다고 발뺌했다. 홍 교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책임자 처벌에만 만족한다면 비슷한 재난이 다른 곳에서 또 발생할 수 있다"며 "구조적 문제를 들춤으로써 인간의 잘못을 더 선명하게 드러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재난은 인간의 과오를 전제한다. 홍 교수는 "사람은 고의든 아니든 항상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존재다"라며 "하지만 기술이나 제도, 법을 바꾸면 재난의 반복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재난에 관심을 두게 된 건 가습기살균제 논란 때부터다. 2009년 아이를 얻은 그가 당시 사용했던 가습기살균제가 수천 명의 피해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기술재난을 본격 연구했다. 그는 "과학기술학자인 내가 어떻게 아무 생각 없이 이걸(가습기살균제) 썼을까, 내가 이 정도였다면 다른 사람들은 또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연구를 해봐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과학기술학과 재난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새로운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홍 교수는 국내에도 기술재난을 연구하는 '기술재난 연구센터' 설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센터 등을 만들어 국내외 일어난 기술재난을 공학적으로 분석하고, 사회과학적으로도 분석해야 한다"며 "재난을 분석하지 않고서는 또 다른 재난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난을 겪었든 겪지 않았든 우리는 이미 '재난 공동체'라는 그의 말은 인상적이다. "과학기술의 시대에 기술재난은 이해하고 극복하는 대상에 그치지 않고, 함께 살아가고 살아내야 할 대상입니다. 재난은 우리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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