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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위기 극복과 여야정 대타협

입력
2025.01.01 00:00
26면


탄핵남용 의회에도 국헌 문란의 책임
헌법재판관 등 임명 대승적 결단 필요
위대한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적 타협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의결 관련 항의하고 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의결 관련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이 안정과 희망을 잃고 있다. 대통령의 일탈이 국민들의 삶을 혼돈으로 빠트렸다. 동시대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완수한 위대한 대한국민은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보답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런데 보답은커녕 분노와 불안만 껴안고 산다.

비상계엄은 한국적 대통령제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사람의 문제 즉 대통령의 문제인가? 그렇지 않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이승만·박정희 시대는 차치하더라도 87년 민주헌법 이후 대통령들도 별반 차이가 없다. 상처투성이의 대통령들을 보면 바꿔야 할 때임을 체감한다. 계엄과 탄핵의 광풍으로부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여야정의 대타협은 이 시대의 소명이다.

첫째, 비상계엄은 분명히 잘못되었지만, 이를 촉발시킨 의회권력도 책임이 있다. 국회는 탄핵이라는 비상시에 작동되어야 할 제도를 평상시에 남용하여 정부의 정상적 기능을 마비시켰다. 감사원장·장관뿐만 아니라 판사·검사에 이르기까지 77년 헌정사에서 가장 많은 탄핵소추권을 발동하였다. 하지만 여태 박근혜 대통령 이외에 탄핵심판에서 인용된 예는 없다. 이제는 대통령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되었다. 임명권자가 탄핵된 마당에 나머지 공직자에 대한 탄핵은 법적·정치적으로 무의미하다. 거대 야당은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취하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헌문란'이란 헌법상 제도의 정상적 기능을 전복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지나친 탄핵남발은 결과적으로 국헌문란을 초래할 수 있다. 그간 국회는 국무총리·국무위원 해임건의 등 헌법에서 작동 가능한 모든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정부를 무력화시켰다.

둘째, 권한대행도 국정안정을 위해 적극적 권한행사가 필요하다. 권한대행의 탄핵소추를 야기한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가 위헌은 아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대통령의 사법부 구성은 국가원수로서의 권한이다. 국민적 정당성을 직접 확보하지 아니한 사법부는 국회와 대통령의 합의로 구성된다. 그런 점에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 임명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 원칙만 따질 한가한 때가 아니다. 더구나 이번 경우는 특수하다. 대통령 탄핵 이전에 헌법재판관 배분은 민주당의 몽니에 국민의힘이 양보하였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재량을 가질 여지가 없다. 대법관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탄핵 이전에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하였으므로 임명장 수여는 일종의 통과의례다. 이대로 가면 대법원 재판지연뿐만 아니라 헌재의 심리와 결정에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최창호 변호사가 신청한 7인 심리조항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이 인용되었을 뿐, 해당 조항은 여전히 살아있다. 6인이 아니라 9인 재판관 완전체만이 헌재 결정을 정당화할 수 있다.

셋째, 법률안 재의요구는 대통령의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이다. 정부에 이송된 두 개의 특검법에 대하여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여도 위헌·위법이 아니다. 이미 고건 권한대행이 재의를 요구한 전례도 있다. 국회는 헌법에 따라 재의를 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재의요구는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여야정 대타협은 못 하더라도 탄핵과 특검 정국에 대해서는 타협해야 한다. 더 이상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없어야 한다. 새해 새 아침에 국리민복의 정치를 복원하여야 한다. 정치인들의 권력놀음에 서민들의 삶만 팍팍해진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에 대한 내란혐의는 찬찬히 정리해도 늦지 않다. 이 기회에 천수(天壽)를 다한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논의도 함께하자. 결코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대화와 타협으로 새해 희망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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