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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만을 위한 탄핵은 안 된다

입력
2025.01.01 00:00
26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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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문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코인 광고라고 생각했고, 포털 뉴스와 똑같은 디자인에 감탄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계엄은 시트콤에서 다큐멘터리로, 과거에서 지금으로, 교과서에서 내 눈앞으로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세상 어떤 지도자가 셀프 탄핵을 위한 계엄버튼을 누를까 싶었는데, 그게 우리나라였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밤잠은 물론이고 소중한 주말까지 날려버린 이번 계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게 말이 되나'라는 소리가 나오는 기이한 정치적 행위였습니다. 한국 민주주의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지만, 사실 처음부터 없었으면 좋았을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인 만큼 이를 기회로 삼아 사회적 통합과 정치 체계의 재정비를 이루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사회 개혁을 위한 정치적 동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젠 탄핵 그 이후의 변화에 집중해야 합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이전 탄핵 사건을 되짚어보겠습니다. '최순실 사태' 당시 많은 국민의 분노가 탄핵으로 이어졌고 정권 교체를 낳았습니다. 이후 민주주의 제도는 굳건해졌고 시민의식도 고양되었습니다. 국민들의 삶은 나아졌을까요? 우리의 밥벌이는 어떨까요?

한국 사회는 여전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피크아웃코리아', '자살하는 대한민국', '세습 중산층 사회' 등 제목만 훑어봐도 숨이 막힙니다. 2022년 기준 소득이 늘어 계층 상향 이동에 성공한 국민은 10명 중 2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1분위 10명 중 7명은 2년간 최하위 계층에서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거대한 정치적 사건 이후로 발생한 역동성이 국민들의 삶에 이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결과입니다.

탄핵에는 따지고 캐묻는다는 뜻이 있습니다. 한두 명의 정치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고 캐물을 게 아닙니다. 2017년 탄핵 이후 우리는 2명의 대통령을 새로 만났습니다. 하지만 우하향하는 한국 사회를 바로 세우기는 무리였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탄핵 대상은 대통령을 넘어선 지금의 시스템이자 사회구조여야 합니다. 국민들은 과거와 현재의 탄핵 과정을 통해 공통된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더 나은 사회,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바랍니다.

부모 자산이 없더라도 성공할 수 있고, 위험을 감수한 만큼 보상이 따르며 직업정신을 발휘한 만큼 대우받을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원합니다. 주주의 권리는 보장받고, 기업가 정신도 존중받는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가 좋습니다.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 탄핵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정권 교체를 위해 탄핵이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단순히 정권 교체만을 목적으로 탄핵을 실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탄핵은 대통령이 상징하는 시대의 한계를 넘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정치효능감은 내 밥벌이가 완성 짓습니다. 어느 때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탄핵은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그것만이 시트콤으로 시작한 이 정치적 비극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길입니다.




구현모 뉴스레터 어거스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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